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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5주년·'대전환의 시대']팬데믹 직격탄 맞은 인천항 크루즈 터미널
김주엽 발행일 2020-10-08 제6면
기약 없는 운항 재개…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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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 1년 안돼 휴업에 도로 폐쇄도…
터미널 연결 갱웨이 주행 레일 녹슬어
中 금한령 완화 불구 감염병 악재 타격
모든 관광 분야중 회복 가장 늦을 듯
'전염병 취약' 소비자 인식 개선 필요
내수 활성화 연안크루즈 운항이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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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업계가 위축됐다. 특히 해상 위를 떠다니며 여러 국가에 들러 관광하는 크루즈 산업은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

인천 지역 주요 관광 인프라 가운데 하나인 인천항 크루즈터미널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4월 열린 크루즈터미널 개장식에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크루즈 산업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파급 효과도 큰 산업이다. 크루즈터미널 개장을 계기로 인천은 동북아 크루즈 관광 허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전염병으로 크루즈터미널은 문을 열자마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개점휴업 중인 인천항 크루즈터미널


최근 찾은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크루즈터미널로 향하는 도로가 폐쇄된 상태여서 이곳을 관리하는 인천항시설관리센터의 도움을 받아야 크루즈터미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개장한 지 1년이 넘었어도 일반 시민의 출입은 통제된 셈이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을 이용한 크루즈는 4척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28일 셀러브리티 크루즈(Celebrity Cruises)사의 9만t급 크루즈 밀레니엄(Millennium)호가 승객 2천100여명을 태우고 입항한 이후 1년 가까운 기간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에 기항한 크루즈는 없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동차 물동량 감소로 갈 곳을 잃은 6만t급 자동차 운반선 모닝 세실(MORNING CECILIE)호가 화려한 크루즈를 대신해 4월부터 2개월간 이곳에 정박했을 뿐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인 22만5천t급 크루즈의 접안이 가능하도록 1천18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로 만든 이 터미널도 전 세계를 강타한 감염병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관광객으로 붐벼야 할 크루즈터미널 1·2층 출입국장은 텅 비어 있었다. 크루즈터미널이 개장할 당시 관광객으로 북적였던 모습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배와 터미널을 연결하는 약 37억원짜리 '갱웨이(Gangway)' 2기도 장기간 방치돼 있다. 이 때문에 갱웨이를 떠받치는 주행 레일은 심하게 녹슨 모습이다. 갱웨이 주변을 비추는 감시 카메라는 오랫동안 관리받지 못해 거미줄이 처져 있었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올해 인천항에 오기로 한 크루즈는 총 23척이었으나 현재까지 19척이 취소됐다. 오는 11월까지 4척의 크루즈 기항 스케줄이 있지만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인천항만공사 설명이다. 크루즈터미널 건설을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올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거라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인천항을 방문하는 크루즈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전후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95척이 인천항을 찾았고 2014년 92척, 2015년 53척, 2016년 62척의 크루즈가 기항했다. 당시에는 크루즈를 접안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인천 북항이나 내항 등을 운영하는 하역사에 요청해야 했다.

인천을 찾은 크루즈 승객들은 화물터미널에서 내려야만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인천에 수도권 최초의 크루즈 전용 터미널 건립을 결정했다. 하지만 2017년 중국 정부의 금한령(禁韓令)으로 중국발 크루즈의 인천 기항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2017년 17척, 2018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0척의 크루즈만 인천을 찾았다.

올해 초에는 중국 정부가 금한령을 완화할 움직임을 보인 데다, 사상 처음으로 인천항에서 세 차례 모항 운영이 예정되면서 인천항 크루즈 산업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맞아 장기간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 놓였다.

창간기사 크루즈터미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개점 휴업' 상태다. 2020.10.7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위기의 인천항 크루즈,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크루즈 업계에선 당분간 크루즈를 운항하기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크루즈 분야는 모든 관광 중 가장 마지막에 회복될 것이라는 게 여행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올해 초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이던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지면서 크루즈는 '떠다니는 세균 배양접시'로 전락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좁은 선박 내에서 세계 각지에서 온 승객과 선원 수천 명이 장기간 생활하는 크루즈는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크루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매우 나빠졌다.

여러 나라를 기항하며 현지 관광을 즐기는 크루즈의 특성도 운항 재개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로 꼽힌다. 여러 나라에서 외국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크루즈에 타더라도 제한된 기항지만 방문할 수밖에 없다. '선내 방역'과 '기항지 안전'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완벽히 충족돼야 크루즈 운항을 재개할 수 있는 셈이다.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강숙영 교수는 "코로나19로 누적된 선사와 항만시설의 적자 폭을 회복하는 것에는 다소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며 "코로나19 발병 이후 크루즈 업계는 방역을 강화하고 있으나, 그동안 과장된 정보가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된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크루즈 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을 경우를 대비해 소비자의 인식과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크루즈 운항이 불가능한 지금 시기를 활용해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을 인천의 관광 거점으로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천항은 2천만명의 인구를 가진 수도권을 배후에 두고 있어 모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받지만 인천항에서 출항하는 크루즈는 많지 않다. 크루즈 내수 시장 수요가 아직 많지 않아 관광지가 적고, 주요 국가 크루즈 항만과 거리가 먼 탓에 부산이나 제주를 더 선호하는 것이다.

크루즈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우선 연안크루즈를 적극적으로 운항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대만과 중국, 호주, 뉴질랜드 등은 해외로 향하지 못하는 크루즈를 연안크루즈로 활용하고 있다.

인천연구원 교통물류연구실 강동준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해외 관광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인천과 남해안·동해안 주요 해양 도시를 잇는 연안크루즈 노선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연안크루즈가 인기를 끌면 국제 크루즈 운항이 재개됐을 때 인천항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가 많아지고 인천항을 중심으로 한 (크루즈) 정기 노선도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안크루즈를 운항하려면 정부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 크루즈 여행사 대부분은 해외 선박을 용선해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정기적인 연안크루즈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업체가 거의 없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연구실 황진회 연구위원은 "여행사가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정책 자금을 저리로 융자하는 등 공공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며 "크루즈 승객들의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질병청이 선박 내 방역을 인증하는 등의 대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