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시중보다 비싼데 관리도 엉망"… 국감 도마 오른 '나라장터'

강기정 강기정 기자 발행일 2020-10-14 제3면

8월 경기도 지적후 가격 재검증
여전히 41개품목 시중보다 고가

'다수공급자계약품목' 실적 저조
절반 이상 최근 5년간 '공급 0건'

조달청의 '나라장터'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물품이 시중보다 비싼데다 5년 동안 아예 공급 실적이 없는 품목도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인데, 조달청 독점 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체 조달시스템 구축에 나선 경기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경기도는 국회 토론회에서 나라장터에서 취급하는 물품 90개의 가격이 시중 가격보다 비싸다고 주장했는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성호(양주) 의원이 이를 재검증한 결과 41개 품목이 여전히 시중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장터.png
나라장터. /홈페이지 캡처

이를테면 나라장터 쇼핑몰에선 HP 플로터프린터를 687만5천원에 구매해야 하지만 시중에선 546만9천99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140만원이나 비싼 것이다. 엡손 비디오프로젝터는 나라장터에선 205만2천원이었는데 민간 쇼핑몰에선 127만원에 살 수 있었다.

앞서 경기도가 비슷한 주장을 제기했을 당시 조달청은 "나라장터 등록 제품은 민간 쇼핑몰과 계약 조건 등이 다른 경우가 많아 단순히 가격만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한 바 있다.



정 의원은 "이는 혈세 낭비"라며 "정부조달시장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거나 하다못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입점 업체 간이라도 경쟁체제를 강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취급 물품 관리마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상임위원회 소속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다수공급자계약 품목 중 공급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는 품목이 50% 이상이었다. 올해에도 9월 말까지 공급 실적이 0건인 품목이 34만4천여건으로, 전체의 64.5%였다.

다수공급자계약은 2개 이상의 업체와 조달 계약을 맺는 제도다. 나라장터가 취급하는 물품 중 다수공급자계약 형태로 공급하는 품목은 83%에 이른다.

이 중 최근 5년간 공급 실적이 0건인 품목은 50% 이상이었고 5건 미만인 경우는 85% 이상이었다. 그러나 품목 실적이 저조해도 계약에서 제외되는 일은 드문데, 올해 9월 기준 계약에서 제외된 품목은 2만1천976개로, 공급 실적이 0건인 품목 대비 6%에 불과하다.

조달청의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용 의원은 "나라장터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높다는 비판이 많다. 이런 와중에 실적이 없는 품목에 대한 관리마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품질 좋고 경쟁력 있는 품목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라장터의 폐해를 지적하며 자체 조달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는 이재명 도지사는 "공공 조달도 독점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며 "지방정부에도 공공 조달을 허용해 경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