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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훔친 '코로나 장발장' 징역형 왜?
손성배 발행일 2020-10-16 제5면
생활고에 고시원서 절도한 40대
알고보니 보이스피싱으로 檢수배
범죄전력 불구 법원 하한형 선처

코로나19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배를 곯던 생계형 절도범 '코로나 장발장'. 수원 팔달구의 한 고시원에서 훈제계란 18알을 훔쳤다가 재판에 넘겨진 40대 일용직 노동자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이모(48)씨는 지난 3월23일 오전 5시25분께 고시원 주인이 입주자들에게 팔려고 입구에 둔 구운 계란 1판을 훔쳐 달아났다.

이씨는 범행을 저지른 고시원과 가까운 다른 고시원에 살고 있었다. 자꾸 고시원 계란이 사라지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고시원 주인이 신고를 하며 덜미가 잡혔다.

수사결과 고시원 CCTV에는 절뚝거리며 계단을 올라와 계란판을 들고 나가는 이씨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또 미리 준비한 비닐봉지에 계란을 옮겨 담고 담배꽁초를 주워 피며 서성이는 장면도 포착됐다. 피해액은 5천원. 이씨는 경찰에 붙잡혔다.

한편 검찰도 이씨를 쫓고 있었다. 이씨는 지난 2017년 11월 체크카드 1장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빌려주고 입금된 613만원 중 551만7천원을 담배와 금목걸이 구입, 생활비 등으로 쓴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횡령)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씨가 기소 이후 7번의 재판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자 법원은 궐석재판으로 선고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 판결에 따라 이씨를 수배했다.

이런 범죄 전력 탓에 '코로나 장발장'으로 불리며 생계형 범죄자로 둔갑했다는 여론도 일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씨를 선처했다.

이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박정제)는 가능한 최대한의 하한형이라고 부연하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특가법상 절도죄를 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 법정형이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벌금형이 없다. 법원은 법관의 재량으로 징역형의 2분의1을 감경하는 작량감경도 했으나 실형은 피할 수 없었다. 이씨가 특가법상 상습절도 등 혐의로 3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누범이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생활고 때문에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을 고려했다"며 "피해액이 경미한 점 등을 최대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