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가 법정소송에서 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무려 146억8천600만원의 주민혈세를 물어주게 됐다. 인천지방법원이 최근 판결을 통해 부평구가 부개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정산금 120억원과 밀린 이자를 LH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평구가 부담키로 했던 도로, 녹지, 공원 등 기반시설 조성 사업비를 청구한 LH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부평구가 이미 지급한 82억원 외에 LH가 추가 요구한 사업비의 거의 전액이다.
도대체 상식적으로 이런 소송이 가능한 이유를 모르겠다. 명색이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이다. 시민과 국민의 주거편익을 실현해야 할 두 공공기관이 사업을 어떻게 추진했길래 막대한 혈세를 법정에서 거래할 수 있는 것인가. 기반시설 조성 사업비 추계에 백수십억원이나 차이가 난 이유를 모르겠다. 부평구의 사업계획이 주먹구구였는지, LH의 사업비 추가 정산 요구가 편법적인 이익추구 행위인지 가려야 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LH는 악명이 자자하다. 대규모 공공주택개발사업을 마친 뒤 폐기물부담금 취소소송에 시달리는 지자체만 전국에 19곳에 이른다. 지자체에게 사업허가를 받기 위해 폐기물부담금을 납부한 뒤,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사업 후에 되돌려달라는 소송을 걸었다. 법원 판결로 지자체들이 판판이 지면서 천억원대에서 수백억원을 토해내야 할 지자체들이 즐비하다. 국회는 LH의 기만적인 사업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이번 부개지구 사업도 부평구의 인허가권을 의식해 말썽 없이 사업을 완료한 이후에 소송으로 이익보전에 나선 것 아닌지 의심된다. 부평구와 똑같은 이유로 LH의 소송에 걸려 판결을 앞둔 동구도 수십억원을 손해 볼 처지다. 거대 공기업 LH가 기초단체 주거개선사업비용에서 이렇게 큰 오차를 발생시킨 사실이 믿기질 않는다.
하지만 주민혈세 낭비에 대한 최종 책임은 부평구에게 있다. 1천가구 규모의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딸린 기반시설조성 사업 정도에 대한 비용계획을 관리하지 못할 행정력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결국 막대한 이자 부담 때문에 서둘러 돈을 갚기 위해 지방채까지 발행하기로 했다니,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LH의 도덕성을 따지는 문제와는 별도로 이 사태에 관련된 책임자 문책이 있어야 한다. 시의회의 진상 조사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