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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콤플렉스-공존사회 걸림돌]불편한 시선 여전 '북한 이탈 주민'

경인일보 발행일 2020-10-26 제2면

겉으론 환영, 속으론 차별…'유리벽'안 3만3천 한국인

탈북민 김혜성씨
탈북민 김혜성씨. 지금은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은 정착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불편한 시선들도 이겨내야 했다.

공직사회서 '낙하산' 취급… 대북이슈땐 곱지 않은 시선
한국 국적 취득해도 인정 못 받아 '인권·정착'위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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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이탈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은 올해 6월 기준(누적) 3만3천670명.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음에도 이들이 한국에서 온전하게 자리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탈북민들은 한국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견뎌야 했고 차별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한국 정착 12년차인 김혜성(45·여)씨는 공무원의 삶을 선택했다. 지역고용노동센터, 부천시청을 거쳐 올해부터 서울 양천구청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시인으로 활동하면서도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으로서의 삶을 사는 등 한국 사회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지만, 김씨의 한국 사회 정착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정착 초기 서류를 통과하더라도 북한에서 왔다는 소식을 알리면 면접에서 떨어지기도 했고, 다단계에 휩쓸려 빚을 지기도 했다.



새 출발을 위해 상담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의 노력 결과 공무원 신분이 됐지만 공직 사회에서도 편견과 차별이 있었다. 그가 몸담고 있었던 한 기관에서는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낙하산'이라는 소문이 돌아 한 달여 동안 말을 거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김씨는 "'총 쏘는 것 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돈이 없으니 우리와 같이 식사를 하지 말자'는 얘기도 들었다"며 "대북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동료들과 소통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탈북민 허초희씨
탈북민 허초희씨. 지금은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은 정착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불편한 시선들도 이겨내야 했다.

허초희(51·여)씨는 3번의 탈북 시도 끝에 한국에 올 수 있었다.

그는 13여년 간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고 있지만, 정착 과정에서 차별이라는 난관을 이겨내야 했다.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인천 남동산단에서 일을 했던 허씨는 정착 이후 주변으로부터 '못사는 데서 왔다', '먹을 것도 없는 나라에서 왔다'는 등의 발언도 묵묵히 감내했다.

그는 한국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가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한국 국적을 취득했음에도 '한국 사람'으로 인정을 받지 못할 때라고 설명했다.

허씨는 "경기 침체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주말 근무 인원을 줄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한국인들은 일을 계속 했지만, 나와 외국인 근로자들은 더 이상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며 "한국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탈북민들의 선배 격이기도 한 이들은 탈북민들의 인권과 정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 많은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 용어나 영어식 표현이 익숙하지 못한 데서 오는 문제는 물론 남북한의 문화 차이도 존재했다.

아울러 탈북민에 대한 행정 서비스 개선은 물론 '탈북'이라는 단어 대신 다른 표현을 쓰는 것도 북한 이탈 주민들을 배려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북한 이탈 주민들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행정 업무 대행이나 심리 상담 등이 필요하다"며 "'탈북'이 부정적인 표현을 담고 있는 만큼 남·북쪽에 고향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 남향민, 북향민과 같은 동등한 개념의 단어 수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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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

사진 : 김도우기자

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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