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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콤플렉스-공존사회 걸림돌]'우리 언어'에 담기지 않은 그들의 사랑

경인일보 발행일 2020-10-27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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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표준국어사전' 정의 변경
애정 등 5개 단어 '남녀 → 두사람'
반대 거세지자 2014년 '남녀'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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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언어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성 소수자와 관련해 우리 언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국립국어원은 2012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랑', '애인', '애정', '연애', '연인' 5개 단어의 정의를 변경했다.

기존에는 '남녀'라고 표현했던 것을 '두 사람'이라고 바꾼 것이다. '남녀'라는 표현이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를 배제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남녀'라고 했을 때 최소 1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를 이 단어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이 중 '사랑'과 '애정'의 정의에 '남녀'가 포함됐다. 국립국어원이 단어의 정의를 변경하자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셌기 때문이다.

김하수 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전문가들도 대중의 여론을 반영해 사전의 정의를 바꿀 수밖에 없다"며 "2012~2014년에 동성애 관련 논쟁이 있었을 때도 민원이 다량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 국민의 인식이 바뀌어야 사전도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우리 언어는 성 소수자를 배제하는 언어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OECD 국가 중 동성애 수용도가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김 전 교수는 지난 2004~2006년 국립국어원 언어정책부장을 지냈다. 2005년 국어기본법이 제정되며 출범한 국어심의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전 교수는 국립국어원이 소수자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단어의 정의를 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립국어원이 조금만 세심해지면 소수자를 배려한 표현을 사전에 담을 수 있다"며 "다수 국민의 인식이 당장 바뀌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사전이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을 '남녀 간의 애정'으로 정의하더라도 이 정의는 개신교의 시각이라는 설명을 다는 등의 방식을 예로 들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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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

사진 : 김도우기자

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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