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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중·동구 10곳 선정 인천지역 이어가게

윤설아 윤설아 기자 발행일 2020-10-30 제9면

인천시민 자랑이 된 우리 동네 단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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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가게에는 주인이 평생 얻은 기술과 지혜, 이를 대대로 가업으로 물려 줄 만한 자부심이 깃들어 있고 도시의 역사와 특징이 스며들어 있다.

인천시가 중·동구 지역에서 이런 가게 10곳을 '이어가게'로 선정했다.

 

시설 개선을 지원해 이들을 오래 보전하겠다는 목적과 함께, 시민들이 오래된 가게로 '인천'이란 도시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 버텀라인(인천 중구 중앙동4가 8-4 2층)

인천 최초 재즈클럽…
100년 넘은 근대 목조 건축물 '아우라'




1983년 문을 연 인천 최초의 재즈 클럽이다. 100년이 넘은 근대 목조 건축물의 '아우라'에 재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버텀

책 '한국재즈 100년사'는 버텀라인을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오래된 재즈 클럽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3천여장의 LP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금의 허정선 대표가 1994년 인수한 이후에는 라이브 재즈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매주 1회 재즈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데, 웅산, 김광민, 아다치쿠미 등 국내외 유명 재즈 음악인이 이곳 무대에 섰다.

# 성신카메라(인천 중구 인현동 20-24)

옛 필름부터 디지털 사진까지…
주민들 한번씩 거쳐간 사진관


1978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지금까지 재래식 카메라 필름 사진을 현상하는 보기 드문 사진관이다.

성신1

이승현(45) 사장이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이웃집에 살던 프랑스 신부에게 처음 사진을 배운 후 전쟁이 끝나고 중고 카메라 거래상과 보조 사진사로 활동하다가 지금의 성신카메라를 개업했다고 한다.

인근 학생, 주민이라면 한번쯤은 거쳐 가 한때는 이곳에서 촬영하면 선거에 당선된다는 소문도 있었다. 인천의 옛날 풍경을 담은 사진 원판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 대인모터스(인천 중구 신흥동3가 34-16)

45년 가업 잇는 오토바이 수리점,
인근 공장·상가 '역사적 산물'

1975년부터 무려 45년간 한 자리에서 오토바이를 수리한 가게로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만큼 단골손님도 많다.

조한균(57) 사장이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운영하고 있고, 군 복무 중인 조씨의 아들이 제대 후 다시 대를 이어 기술을 전수받을 예정이다.

대인모터스

업체 위치가 인천항과 가까워 광복 후 미군에서 나오는 장비 등을 인수해 차량, 기계 장비 수리, 부속품 조달 등이 가능했다고 한다. 이런 역사 덕에 이곳을 중심으로 밀집한 정비 공장, 부속품 상가는 인천의 지역적 특성을 엿볼 수 있는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 흐르는물(인천 중구 관동3가 3-7 2층)

1989년 LP카페로 시작…
구도심 대표 음악주점으로 자리매김


시인이자 뮤지션인 안원섭 사장이 1989년 LP카페로 운영을 시작한 '흐르는물'은 '탄트라'(1979년), '버텀라인'(1983년)과 함께 중구 신포동 일대에 남아 있는 오래된 클럽 중 하나다.

흐르는물

100년이 넘은 근대 건축물은 인천을 배경으로 시를 써온 조병화 시인이 생전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가게 초창기만 해도 규모가 작아 후원을 받으며 공연을 이어 나갔지만 지금은 매월 유명 연주자들이 공연, 북 콘서트 등을 벌이며 구도심의 대표 음악 주점으로 자리 잡았다.

# 송미옥(송미정·인천 동구 금곡동 6-22)

실향민이 세운 70년 역사 음식점
'인천 복어요리' 명맥 이어와


평양에서 경양식 식당을 운영했던 실향민 부부가 1951년 1·4후퇴 때 동구 배다리에서 자리 잡은 후 1958년 경양식 식당을 겸해 복어요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송미옥

1980년대부터 복어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부모님에 이어 2대 사장인 김현서 사장 부부가 운영하고 있고 3대인 아들 부부가 기술을 배우면서 가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무려 70년이 다 돼간다.

과거 인천에는 명성 있는 복어요리 음식점이 많았지만 현재 거의 폐업해 인천 복어요리의 명맥을 잇는 곳으로 꾸준히 손님이 방문하고 있다.

# 부산한복(인천 동구 송현동 100-237)

오랜 전통에 더해진 젊은 감각…
한복 디자인 트렌드 선도

1986년 9월 동구 중앙시장에서 시작된 오래된 한복 가게다. 한복도 '프랜차이즈'가 성행하는 시대에 이 가게는 아버지, 어머니가 운영한 후 현재 30대 딸이 2대째 운영하고 있다.

부산한복

이은진(37) 사장의 아버지가 부산 국제시장에서 '패턴사(재단사)'로 일하며 저고리 등 전문 기술자로 활동을 한 바 있어 가게 위치는 인천이지만 '부산한복'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오랜 전통과 젊은 사장의 감각이 더해진 디자인으로 업계에서는 인천의 한복 시장 저변을 넓혀 나갈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 다복집(인천 중구 신포동 12)

문화 예술인 애환 나누던 서민주점…
고즈넉한 분위기 '이색'


1969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간이주점으로, 부부가 운영하다가 지금은 딸인 이명숙(74) 사장이 맡아 2대째 운영하고 있다.

다복집

과거 인천의 문화 예술인들이 애환을 나누던 공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 '서민 주점'으로 불린다.

'스지탕'과 '모둠전'이 일품인데, 이곳의 돼지 요리와 스지탕은 오늘날 다른 비슷한 업소와 다르게 전통 재래식으로 숙성하고 있어 '한 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전해진다. 옛 건물에 비좁고 정돈되지 않은 내부 인테리어가 외려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한양지업사(인천 동구 금곡동 9-14)

옛날 창호지부터 최신유행 소재까지
'가성비 좋은 인테리어 집'


벽지, 장판 등 건축마감재 도소매업으로 1953년 운영을 시작해 여태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양지업사 추가사진

김종성(70) 사장이 아버지로부터 기술을 물려받았으며 김씨의 장남이 함께 일하고 있어 3대째 운영 중이다. 오래된 동네다 보니 구하기 힘든 옛날 창호지를 파는 곳으로 유명하며 주변 젓갈 장사를 하는 상인들을 위한 전통 종이도 늘 구비 해 두고 있다.

최근에는 빠르게 변하는 업계 특성상 최신 유행 마감재를 이용한 인테리어업까지 사업을 확장해 지역에서 '가성비 좋은 인테리어집'으로 불린다.

# 양지헤어(양지미용실·인천 동구 송림동 69-53)

44년째 한자리 지킨 미용실,
드라마·영화 촬영장으로도 각광


대표적인 '단골 장사'인 미용실은 단골손님이 없으면 외면받기도 쉽다. 양지미용실은 1976년 9월 문을 연 후 지금까지 44년째 한 곳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양지1

사장인 성정례(68)씨는 인천에서 최초로 후학 양성을 위한 미용연구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곳에서 배운 후배들이 각지에서 분점을 내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오래된 미용실로 각종 드라마, 영화 촬영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오래된 가게지만 소비자 변화에 발맞춰 꾸준히 연구해온 성 사장의 노력이 가게 유지 비결이다.

# 미스김테일러(인천 중구 신포동 12-26)

가게 내부에 자리 잡은 '작업실'
전국서 보기 드문 개인 양장점


인천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개인 양장점이다. 인천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김은주(64) 사장이 1983년 문을 연 후 현재까지 한 자리를 지키며 운영하고 있다.

미스김테일러1

고객의 체형, 패턴, 개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곳으로 알려져 단골손님이 많다. 프랜차이즈 업체처럼 공장이 따로 있는 곳이 아니라 가게 안에 옷을 직접 만드는 작업실을 갖추고 있다.

전문 디자이너와 장인 기술자 등 직원 5명이 이곳에서 기성복에 맞서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한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사진/인천시 제공,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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