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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집단 감염 초래한 경찰관의 행적 숨기기 행태
경인일보 발행일 2020-11-26 제19면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다녀간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해당 경찰은 지난 17일 코로나 감염 증상이 발현돼 집에서 머무르다 사흘 뒤 보건소 검진을 통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확진 판정을 받고서도 확진 판정 전 해운업체 직원과 함께 인천시 연수구 소재 유흥업소를 방문한 사실을 숨겼다. 지난 21일 양성 판정을 받은 해운업체 직원 역시 첫 역학 조사에서 업소에 간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23일부터 해당 유흥업소 등 같은 건물에서 3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건물 방문자 16명, 업소 종사자 13명이 집단 감염됐다.

방역 당국은 경찰관과 직원이 조기에 방문 사실을 말했다면 선제 방역과 방문자 전수 조사가 이뤄져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사자들이 거짓 진술을 하면서 감염 연결고리를 초기에 끊을 수 있는 '방역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거다. 인천에서는 지난 5월에도 이태원 클럽 방문을 숨긴 20대 학원 강사 때문에 7차 감염까지 번졌다. 당시 강사는 3차례에 걸친 역학조사에서 직업과 동선에 대해 20차례 이상 거짓 사실을 진술했다. 이후 한 달여 동안 학원 수강생, 과외 제자, 돌잔치, 쿠팡 물류센터 등 연쇄 감염사태가 발생했다.

코로나 확진자들은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과 피해가 두려워 감염 사실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낙인 효과'다. 더구나 신분에 영향을 받는 사안이라면 스스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인천 경찰관은 업체 관계자와 유흥업소에 다녀온 사실을 숨기려 했다. 20대 학원 강사는 당장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방역 당국은 낙인 효과에 따른 감염 확산 피해는 개인과 소속 집단에 그치지 않고 대유행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확진자에 대한 인권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의료기관 조사에서 확진자들에게 '앞으로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하느냐'고 묻자 첫째가 환자 인권이었다고 한다.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물론 무차별 혐오감까지 드러내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감염자들이 거짓을 말하게 되고, 집단 감염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감염자에 대한 세심한 인권 보호와 신분상 안전이 최대한 보장돼야 하는 이유다. 감염자들의 행적 감추기가 K-방역을 힘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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