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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라면형제법' 국회 일사천리 의결
박경호 발행일 2020-12-04 제4면
법원 명령 전이라도 학대 가해자와 즉시 분리해 '아동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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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미추홀구 빌라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형제 중 동생이 치료 중 숨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는 가운데 22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형제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동생의 명복을 빌며 추모리본을 달고 있다. 2020.10.2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화재사고 15일만에 법안 발의
본회의 통과까지 2개월 정도 걸려
가해자 즉시 분리조치 요건 구체화
발의 허종식 의원 "많은 지지 받아"


인천 '라면 화재 피해 형제'와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학대 의심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즉시 분리하는 내용 등을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피해 형제 중 동생은 끝내 숨을 거두고 형은 중화상을 입은 안타까운 사연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가 '일사천리'로 만들어지게 됐다.

국회는 지난 2일 오후 늦게 연 제382회 정기회 14차 본회의에서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해 의결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구갑) 의원이 올 9월29일 대표발의한 일명 '라면형제법'을 포함했다.

라면형제법은 정부 소관부처로 이송돼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라면형제법은 지자체가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을 발견했을 때는 법원의 보호명령 전이라도 즉시 이동보호시설이나 쉼터를 통해 학대 가해자와 분리하도록 조치하는 게 골자다.

즉시 분리조치 요건도 ▲1년 이내 2회 이상 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 가운데 현장조사에서 학대 피해가 강하게 의심되고 재학대 우려가 있는 경우 ▲현장조사 과정에서 보호자가 아동에게 답변을 거부하게 하거나 거짓 답변을 하게 하는 등 조사를 방해한 경우 등으로 구체화했다.

라면 화재 피해 형제도 애초 아동학대 신고가 3차례나 접수됐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부모와 아동을 분리·보호하기 위한 '피해아동보호명령'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행법상 재학대 위험이 클 때는 피해 아동에게 응급조치를 할 수 있지만, 보호기간이 72시간으로 짧아 법원이 보호명령을 내리기까지 분리 보호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인천 화재 피해 형제뿐 아니라 최근 전남 여수에서 2개월 된 아기가 냉장고에서 숨진 채 2년여만에 발견된 학대 사건에서도 주변으로부터 아동 방임 신고가 접수됐지만, 학대 가해자인 어머니가 지자체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를 2차례나 거부해도 손 쓰지 못한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다.

'원가정 우선 보호원칙' 등 법률상 친권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번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제안하면서 "원가정 보호원칙을 개선하기 위해 아동학대가 강하게 의심되고, 피해아동에 대한 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보호자로부터 피해아동을 즉시 분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은 지난 9월14일 인천 화재 피해 형제 사고가 발생한 지 15일만에 발의됐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2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게 만들어졌다. 앞선 20대 국회에서도 학대·방임 등 아동복지 관련 법안이 100건 가까이 쏟아졌지만, 처리율은 30%에 그친 데에 비하면 일사천리였다는 평가다.

법안을 발의한 허종식 의원은 "28명의 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할 정도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며 "분리제도가 정답이 아니더라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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