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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원(前의장·자치분권발전委 정책자문위원) |
지난 8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30여년 동안 무생물처럼 꼼짝도 않던 지방자치법이 21대 국회에서 처리되게 되어 10대 전반기 경기도의회 의장이자,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으로서 2년여 동안 동분서주한 결실을 보게 된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
하지만 개정안 중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연차적으로 의원 정수의 2분의1 규모로 축소한 것과 의회사무처 직원 수를 각 지방의회의 재정·규모·인구수 등에 따라 조례로 정해야 함에도 인건비 등을 고려한다는 미명 하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는 의회 의장에게 인사권을 부여하면서도 조직권은 중앙정부의 통제 하에 두겠다는 것으로 반쪽짜리 법안 통과라고 할 수 있다.
정책지원 전문인력과 관련해 혹자는 단순히 지방의원의 비서 역할로 오용될 수 있고 인원채용으로 인한 주민 부담 가중을 우려한다. 하지만 경기도의 경우 현재 1인당 10만명 가까운 도민의 목소리를 의정활동에 담아내야 하고, 3천4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심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방의원은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의 근원적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방의회를 통제 하에 두게 된 헌법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 제118조 1항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라고 규정하여, 30여년 동안 지방의회의 독립성에 족쇄를 채워왔다. 지방자치단체의 하부기관이나 부속기관처럼 지방의회를 규정한 것은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헌법 제118조 1항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둔다'로 개정하고 지방자치법에서 분리시켜 지방의회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헌법상 개정 없이도 지방의회법을 제정할 수 있지만 분권형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반드시 지방의회를 헌법상 독립된 기관으로 명문화 하여야 한다. 헌법 제118조 2항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는 규정 또한 '~조례로 정한다'로 수정하여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자치조직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지난 4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전해철 국회의원은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지방자치,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도 있었고 그런 일들을 많이 해 왔다며 자치와 분권이 잘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방의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방의회법 등 지방자치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아쉽지만 그 시작은 미약하더라도 지방의회법 제정과 분권형 개헌을 통하여 그 끝은 창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원(前의장·자치분권발전委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