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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코로나에 AI 타격…'엎친데 덮친' 동네상권
이여진 발행일 2020-12-31 제2면
오리고기 음식점, 저녁시간인데도 손님이 한명도 없다
한산한 식당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면서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닭·오리고기 식당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30일 오후 수원 시내 한 오리요리 전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12.30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납품단가 마리당 9천원→1만1천원
"손님 떨어질까봐 메뉴가격 못올려"

소매점 생닭, 대형마트와 2천원차이
"행사 카드할인으로 저렴 게임 안돼"


"대형마트가 싼값에 물건을 모두 선점해서 할인행사를 하니 동네마트는 조류 독감 타격을 더 크게 받죠."

30일 용인의 H동네마트는 조류독감(조류인플루엔자·AI)으로 닭고기 납품 가격이 마리당 600원 오르면서 지난 11월까지만 해도 6천500원이던 12호(약 1.2㎏) 국내산 생닭을 7천원에 팔았다.

같은 시각 근처 H대형마트는 11호(약 1.1㎏) 국내산 생닭을 4천990원에 팔고 있었다.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진행하는 할인행사로 정상가에서 2천원을 깎은 것이다.

H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애초에 닭고기를 납품받을 때부터 우리 같은 소매점보다 훨씬 싸게 들여오는 데다 행사나 카드할인으로 저렴하게 판매해 게임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수원의 한 오리고기 음식점 역시 저녁 식사 시간인 오후 6시인데도 손님이 단 한 테이블도 없었다.

이 음식점 대표 임모(62)씨는 "조류독감 발생 이후 오리고기 납품 단가가 마리당 9천원에서 1만1천원으로 올랐는데 행여 손님이 떨어질까봐 식사메뉴 가격을 올리진 못했다"며 "코로나19에 조류독감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2년 8개월만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발생하면서 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닭·오리고기 식당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30일 오전 9시 현재 전국 29개 가금농장에서 AI가 확진됐다. 이에 따라 지난 29일 자정 기준 산란계 350만마리, 육계 309만마리, 종계 35만마리, 토종닭 33만마리, 오리 113만마리, 메추리 141만마리 등 가금류 987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지난 27일엔 전국 가금농장과 축산시설 종사자 및 차량 등에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도 발동되면서 닭고기와 계란 값도 껑충 뛰기 시작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30일 현재 닭고기(위탁생계) 가격은 1㎏당 1천364원으로 AI 발생 초기인 지난달에 비해 4.5% 올랐다. 계란은 특란 10개 기준 1천303원으로 지난달보다 14.4% 올랐다.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는 "살처분과 이동중지 등으로 닭고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가격이 부쩍 오른 것"이라며 "대형마트는 닭고기 수급이 안정적이고 행사품목을 잡아 싸게 팔 수 있어 중간유통사 등 관련 업계 부담이 가중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