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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여러대 빌려 총회 '집합금지 꼼수'
박경호 발행일 2021-01-08 제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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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미추홀구청. /미추홀구 제공

미추홀 재개발조합, 100여명 계획
한 대당 18명씩 창가쪽 착석 진행
방 쪼개기로 실내 50이상 피한 셈
지자체 "방역지침 어긋나지 않아"


50인 이상 공적 모임이 금지된 가운데 인천의 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100여명이 참석하는 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45인승 버스 여러 대를 빌려 참석자들이 50인 미만으로 나눠 타는 방식이 등장해 '방 쪼개기'란 지적이 나온다. 정작 지자체는 방역수칙을 어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미추홀구의 모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8일 오후 미추홀구에 있는 한 차고지에서 2021년 임시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총회에는 조합원 등 1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해당 재개발조합은 지역내 웨딩홀을 빌려 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가 최근 장소를 차고지로 바꿨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로 실내에서 50인 이상 집회, 설명회, 세미나 등 공적 모임은 개최할 수 없다.

그러나 해당 재개발조합은 45인승 버스 여러 대를 빌려 버스 한 대당 18명씩 창가 쪽에 태운 채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내에 설치된 TV를 통해 회의를 진행하면서 안건을 상정하고 투표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회의를 개최하면 버스별로 50명 미만으로 모이게 되고, 버스는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실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5인 이하 사적 모임 금지로 음식점 등에서 5인 이상 일행이 들어와 테이블을 나눠 앉는 이른바 '테이블 쪼개기' 편법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적 모임마저 '방 쪼개기'로 열리는 셈이다.

더군다나 버스는 일반적인 건물보다 좁고 환기도 잘되지 않는 구조인데,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게 아닌 대화를 나누고 투표를 진행하는 회의 장소로 쓰이기 때문에 '방역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인 미추홀구는 해당 재개발조합의 총회 개최를 알고 있으면서도 제지하진 않았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해당 조합으로부터 방역계획서를 받아 검토했고, 총회 개최 방식이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지침에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다만 총회 당일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으로 나가 방역지침을 지키고 있는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방 쪼개기' 공적 모임이 재개발·재건축 조합 등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일 부산의 한 재개발조합도 비슷한 방식으로 300여명이 참여한 임시총회를 열었는데, 이날 총회를 주최한 쪽과 반대하는 쪽 일부가 충돌하기도 했다.

8일 총회를 개최하는 미추홀구 조합 관계자는 "다른 여러 재개발조합에서도 이미 같은 방식으로 총회를 진행한 바 있다"며 "다른 조합이 이미 진행한 방식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고, 구청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