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뉴스홈

탑가기
[윤인수 칼럼]"살려달라"는 절규에 누가 답할 것인가
윤인수 발행일 2021-01-12 제19면
수감자·자영업자 등 생존위협 간절한 외침
보선·대선… 국민들 구조손길·반응에 선택
여야 정당·인물들 여전히 진영에 갇힌 형국
지긋지긋한 정략참호 누가 먼저 탈출할건지


2021011101000393700018441
윤인수 논설실장
누군가 "살려달라"고 하면 즉각 반응하고 구해야 한다. 인지상정이고 사회의 규범이며 국가의 의무다. 바다를 표류하는 조난자에게 총탄을 퍼붓는 짓은 상상할 수 없는 야만이다. 잊어선 안되고 잊힐리도 없다.

연말연시 대한민국에서 "살려달라"는 절규가 이어졌다. 서울 동부구치소 수감자들은 창문 밖으로 "살려달라"는 대자보를 흔들었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운영자들도 "살려달라"고 했다. '살·려·달·라'는 네 음절은 생존을 위협받는 인간의 가장 짧은 외침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간절함의 무게는 천근만근이다.

동부구치소 수감자들의 "살려달라"는 호소는 목숨을 위협받는 재난현장을 고발했다. SOS 대자보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그들의 공포에 공감하고 반응하기까지 한참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법에 의해 격리당한 사람들이 모인 구치소는 사회적 관심에서도 격리됐고 방역행정에서도 격리됐다. 정부는 신천지교회를 압수수색하고 청와대 비서실장은 광화문집회 주동자를 향해 "살인자"라고 고함쳤다. 코로나19 방역 방해행위를 반사회적 간접살인으로 본 것이다. 그런 정부가 동부구치소를 코로나 소굴로 만들었다. 변명과 사후조치로 봉합할 수 없는 방역실패와 인권유린의 주체가 된 것이다.

실내체육시설 자영업자들의 "살려달라"란 투쟁은 경제적 생존을 위한 자구행위이다. 코로나는 1천명이 넘는 국민 생명도 앗아갔지만, 수백만에 이르는 영세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밥그릇도 깨트렸다. 그래도 국민을 위해 참고 인내한 착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고, 인내의 끝에서 희생의 공정과 형평이 깨진 현실을 목격한 순간, 그 착했던 사람들이 "살려달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철창 시위는 살기 위해 정부 지시를 거부하겠다는 본능적인 생존 의지였다.

정부와 방역당국의 자영업 영업제한 규제엔 원칙도 현실도 없었다. 많은 언론이 지적했지만 외면했다. '현실적이지 않았다'는 정부의 뒤늦은 고백은 허무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자영업자의 고통에 눈물 흘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국민을 K방역의 주체로 떠받들었다. 하지만 국민은 눈물과 말의 성찬이 밥그릇을 지켜주지 않는 현실과 오늘도 전쟁 중이고, 전선의 어딘가에서 "살려달라"는 절규가 들려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절이다.

선거의 해가 열렸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곧바로 대선정국이 펼쳐진다. 시대가 절박한 만큼 국민의 선택도 절박해질 것이다. 단언하건대 국민은 "살려달라"란 외침에 반응하고 구조의 손길을 내미는 정당과 인물을 선택할 것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는 국민의힘이 앞선다는 지표를 보여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들이 단일화에 성공하면 승리한다는 예측이다. 착각이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여론은 대통령을 향한 부정여론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민의힘이 잘해서 획득한 지지가 아니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질 수 있는 지지다. 후보단일화 과정을 치졸한 정략으로 더럽히는 순간 선거는 뒤집어질 수 있다.

내년 3·9대선을 앞둔 정국은 여당에 유리하다. 범야권 후보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거론되는 현실은 제1야당의 정권 불임 현실을 반영할 뿐이다. 그래도 속단은 금물이다. 여당을 호령하는 '문재인 팬덤'이 복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마저 전직 대통령 사면론으로 체면을 구겼다. 대선후보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문재인 팬덤의 승인 없이는 불안하다. 정 총리의 '단세포' 직격에 움추린 이유다. 대법원이 이 지사를 살렸듯이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살린다면 당내 경선은 예측불허가 된다. 문재인 팬덤은 당내 경선을 혼란에 빠트리고 본선에선 대선후보의 외연 확장을 제한할 것이다.

국민은 "살려달라"고 절규하는데 여야 정당과 인물들은 진영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국민은 이 지긋지긋한 정략의 참호에서 제일 먼저 벗어나 자신들과 마주하는 정당과 인물을 기다린다. 누가 먼저 나설 것인가.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