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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선거공학적 단일화 논의를 경계한다

경인일보 발행일 2021-01-18 제19면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논의가 예상했던대로 본질은 비껴둔 채 상호비방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4월의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단순히 궐위된 시장을 선출한다는 차원을 넘어 차기 대권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여야 모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안 대표의 지지율이 국민의힘 후보들보다 높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서는 보수 야권의 단일후보를 안 대표에게 내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이번 선거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 코로나19 재확산, 경제 양극화 등에 대한 심판론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그동안 지리멸렬해오던 야권으로서는 정국 주도권은 물론 차기 대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선거승리만을 위한 단일화에 대해서는 항상 비판이 존재해왔다. 특히 가치나 정책, 비전에 대한 논의는 뒷전인 채 선거구도에 집착하는 단일화 양상은 유권자에게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게 되고 설령 성사가 되더라도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국민의힘과 안 대표의 단일화 논의는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선언 이후 유권자의 관심을 끌면서 보수 야권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 듯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피로감이 누적되기 시작했다. 서울시민이 당면한 현안이나 대책에 대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정책적 조율이 부각되지 않는 면도 있지만 국민의힘에서 안 대표를 경계하며 깎아내리는 데 주력하는 협량함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100석이 넘는 거대 정당의 기득권만을 내세운다면 애당초 안 대표와의 단일화 논의 자체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제1야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보수 야권의 승리라는 목표를 가지고 단일화 논의에 임해야 한다. 안 대표도 높은 지지율에 안주하지 말고 보다 겸허하게 단일화에 접근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995년 제1회 서울시장 선거 때 삼자 구도에서 민주당의 조순 후보가 승리한 예를 들지만 지금은 그리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여당의 경선구도가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여당의 후보가 정해지고 여야의 일대일 구도가 형성되면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야권후보의 단일화 없는 야권 승리의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고 보아야 한다. 야권의 품격있는 단일화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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