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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자영업자 손실보상, 꼭 입법화가 필요한가

경인일보 발행일 2021-01-25 제19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제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권과 마찰을 빚고 있다. 홍 부총리는 어려운 재정상황을 이유로 법제화 과정에서 재정 당국의 입장을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이 "해외에서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자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기재부는 저항 세력"이라고 한 이후에 홍 부총리가 다시 브레이크를 걸은 셈이다.

코로나19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물론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경제의 양극화를 부추긴 지도 1년이 지났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집합금지와 영업단축 등으로 피해를 본 계층의 고통은 임계점에 달한 상태다. 정부로서 손실보상을 입법화함으로써 이들이 처한 피해를 최소한이나마 보충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46%로 OECD 평균(GDP 대비 21%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양호한 수준이고, 가계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100%가 넘는 상황이고 보면 정부가 가계부채를 지원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다. 따라서 적자재정을 지나치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게다가 확장재정정책이 세계적 추세이고 보면 영업제한조치나 집합금지로 인한 피해 계층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내용에 의한 보상액의 액수는 4개월 기준 98조8천억원이 든다. 이는 올해 보건·복지·고용 예산(199조7천억원)의 절반에 이른다. 홍 부총리와 재정 당국이 마냥 당정의 입장을 따를 수 없는 이유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도 선별이냐 보편이냐는 논쟁으로 여권의 대선주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또한 선진국들의 국가채무비율에 비해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이나 영국 등의 선진국들이 기축통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채무비율을 평면적으로 단순비교할 일도 아니다.



재정 당국도 막연하게 재정확장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며, 국민의힘도 손실보상제도의 취지에 기본적으로 찬성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반드시 입법화해야 해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입법을 통하지 않고 재정 당국의 우려를 반영해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법제화의 효과를 얻는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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