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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아동학대 사망사건 송치 일주일 앞두고 '추가 학대' 수사력 집중

손성배 손성배 기자 입력 2021-02-11 17:51:36

"살인죄로 혐의 변경할 수 있는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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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조카를 학대에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 부부 중 이모가 1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용인동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2021.02.10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10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 당일 외 추가적인 학대 사실이 있는지를 놓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피의자들을 긴급체포한 뒤 1차 조사에서 A(10)양이 사망한 당일 상황 위주로 조사를 했다. 이모인 B씨와 이모부인 C씨를 검찰에 송치하기 전 구속 수사 기한인 오는 18일 전까지 A양에 대한 상습 학대 여부 등 학대 경위를 면밀히 파악하는 데 수사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용인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설 연휴가 끼어 있지만, 기록을 보면서 1차 조사한 내용을 마무리하고 보강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며 "국과수 정밀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범죄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할 수 있는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수원지법 이명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B씨 부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들의 진술 내용과 현재까지의 수사 정도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사안의 성격상 도주의 염려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자신이 보호하고 있던 나이 어린 조카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학대하는 과정에서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범행으로 그 결과가 참혹하며 범행의 방법 등에 비춰볼 때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부연했다.

부부 모두에게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 배경에는 B씨와 C씨가 학대 행위를 할 때 서로를 말리거나 제지하지 않고 번갈아가며 폭행했고 욕조에서 A양을 학대할 때도 역할을 나눈 정황 등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부부는 지난 10일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법원으로 나서면서 취재진의 잇단 질문에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속삭이듯 말했다.

신고 당시 범행을 은폐하고 발뺌하려 한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용인병) 의원이 입수한 119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B씨 부부는 지난 8일 낮 12시35분께 119신고 당시 의식과 호흡이 있느냐는 상황실 소방관의 질문에 호흡이 조금 있고, 의식도 살짝 있다고 답했다.

이모 B씨는 갑자기 쓰러진 것이냐는 질문에 "제가 때려서 물에 빠뜨…"라고 말끝을 흐렸는데, 이때 이모부가 나서 "물에 빠져서, 욕조에서 좀…"이라며 학대 행위를 부인하는 듯한 답변을 했다.

B씨 부부는 119의 심폐소생술 안내를 받아 A양에게 시행했지만,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했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양은 화장실 바닥에 옷을 입은 채로 누워있었고, 현장에서 혈흔은 발견되지 않았다. 119구급대가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A양은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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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조카를 학대에 사망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 부부 중 이모부가 1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용인동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2020.2.10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119구급대와 병원 의료진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 등을 토대로 B씨 부부 주거지와 병원에 도착한 경찰은 B씨 부부를 긴급 체포했다.

B씨 부부는 사건 당일 밤 늦게까지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조카가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버릇이 있어 사흘 전부터 플라스틱 파리채 등으로 때리고 욕조에 머리를 넣었다 뺐다 했다"며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친부와 3살 터울의 친오빠와 함께 살다 친모에게로 보내진 뒤 지난해 11월께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이모 집에 맡겨졌다.

B씨 부부의 자녀 3명 중 12살 된 큰 딸과 5살 아들은 사건 발생 3~4일 전 다른 친척에게 맡겨져 있었고, 막내인 2살 아들도 오래 전부터 다른 친척이 맡아 키우고 있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 직후 12살 큰 딸과 5살 아들을 용인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운영하는 쉼터로 분리하고 학대 정황이 있었는지 등 상담 조사를 진행했다.

한편 11일 오전 용인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A양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한 유족은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좋은 세상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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