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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환경정의란 무엇인가?
장정민 발행일 2021-02-23 제19면
환경이 주는 혜택·부담 차별없이 동등해야
쓰레기매립지 후보지 '영흥도' 지정 부담만
주민동의 절차없이 참여 제한·정보도 차단
인천시 '환경특별시'에 걸맞게 결정 철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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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민 옹진군수
'환경정의'라는 용어가 있다. 환경정의는 환경이 주는 혜택과 부담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개념은 1980년대 미국의 환경혐오시설이 흑인과 저소득층 거주 지역에 불평등하게 집중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후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환경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2019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환경성과평가 권고에 따라 환경정의를 환경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환경정책기본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법률에는 환경정의의 3대 요소인 분배적 정의·절차적 정의·교정적 정의가 명시됐다.

법률에 담긴 환경정의의 기본이념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경정책을 수립할 때, 모든 사람에게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또 환경에 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하도록 해야 하며, 환경적 혜택과 부담을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선 공정한 구제를 보장함으로써 환경정의를 실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 '환경특별시'를 표방하는 인천시의 쓰레기매립지 후보지 영흥면 지정은 환경정의에 부합하는 환경정책인 것일까?

우선 환경정의 중 분배적 정의를 살펴보면 환경이 주는 혜택과 부담은 특정 지역이나 사람에 따라 차별 없이 동등해야 한다. 하지만 쓰레기매립지 후보지로 지정된 영흥도의 경우 2004년 수도권 전력 생산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면서 수도권 혐오시설의 전초기지로 전락했다. 영흥도 주민들은 지금까지 수십년간 미세먼지와 온배수 배출 등으로 건강은 물론, 경제적·환경적 피해를 보고 있다.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시민들은 각 가정과 일터에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전력수급의 혜택을 받고 있으나, 영흥도 주민들은 환경적 부담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 환경적 혜택 없이 부담만 짊어진 지역에 또다시 쓰레기매립지를 배치한 환경특별시는 환경 부정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환경정의 중 절차적 정의에선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환경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천시 쓰레기매립지 후보지 지정 과정에서 환경 피해 대상인 영흥도 주민과 옹진군은 인천시로부터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철저히 배제됐으며, 쓰레기 매립지 후보지 공모에선 주민 동의 절차를 빠뜨리는 등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제한하고 정보를 차단했다.

지난해 11월 쓰레기매립지 후보지 발표 후 영흥면 주민들의 계속된 요구에도 인천시는 쓰레기매립지 입지선정 조사용역 결과를 비공개로 일관했다. 쓰레기매립지 후보지 결정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온갖 꼼수로 쓰레기매립지 입지선정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제야 주민과의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다.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무슨 소통을 한다는 것인지 인천시 환경정의는 원래 이런 것인지 한탄스럽다.

환경정의 중 교정적 정의는 환경오염을 일으킨 사람과 기관에 분명한 책임을 지우고, 피해자는 공정한 배상과 구제를 받아야 한다. 지난 수십년간 석탄화력발전소의 환경 피해로부터 인천시는 영흥면 주민의 구제를 위해 어떤 지원을 했는지, 석탄 화력발전소로부터 징수하는 지역자원시설세는 온당하게 배정됐는지 의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쓰레기매립지로 제공한다는 인센티브를 누가 원하겠는가? 영흥면 주민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자라날 미래 세대에까지 환경부담의 짐을 지을 수는 없다.

인천시의 쓰레기매립지 후보지 영흥면 지정은 어느 하나도 환경정의에 부합하지 않은 정책이다. 인천시는 스스로 환경특별시임을 표방한다면 지금이라도 쓰레기매립지 후보지 지정을 철회하고, 환경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장정민 옹진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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