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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이재명 對 윤석열
윤인수 발행일 2021-03-09 제19면
대항해 선두경쟁 유지하려면 바다 읽어야
대중의 집단적 지성·감성이 '시대정신' 예고
대권이라는 신대륙에 인도할 가장 큰 바람
그 바람 못 찾으면 민심의 바다는 좌초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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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실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직 보너스를 톡톡히 챙겼다. 8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32.4%로 1위에 올랐다(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권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9%로 2, 3위를 기록했다. 14.9%였던 1월 지지율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총장직을 던진지 나흘 만에 터진 상종가다. 검찰총장 징계 정국이 끝나면서 흐릿해졌던 정치적 존재감이 사직서 한 장으로 훨씬 선명해졌다. 이 지사가 유탄을 맞았다. 총장 징계 정국이 종료되면서 윤석열이 여론의 시야에서 멀어지자 모든 여론조사들이 차기 대권후보 1위로 그를 지목했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지도자는 민심의 바다에 뜬 배다. 민심의 바다는 너울성 파도가 유난히 심하다. 배는 파도 속에 가라앉아 솟았다 가라앉았다 반복하며 항해해야 한다. 파도의 이랑에 올라탔다 환호하고 고랑에 처박혔다 절망하는 얇은 인격으로는 민수(民水) 항해가 불가능하다. 영국인은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 대신 그의 정적에게 국가재건을 맡겼다. "전쟁에서는 한 번 죽지만 정치에서는 여러 번 죽는다." 처칠의 통찰은 지금도 유효하다. 윤석열이 뜬다고 이재명이 절망하고, 이재명이 주춤한다고 윤석열이 우쭐할 일이 아니다. 정치에서는 여러 번 죽는다는 금언은 여러 번 살 수도 있다는 역설적 맥락을 포함하고 있어 희망적이다. 대권을 향한 대항해는 이제 시작이다. 요체는 파도에 전복돼서 침몰하지 않는 것이다.

이 지사에게 윤석열은 항해의 끝에 마주할 파도다. 천운이 따른다면 윤석열 파도는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집권여당의 승인이 관건이다. 경선이라는 파도를 무사히 넘어야 한다. 민심의 너울보다 당심의 너울이 더욱 고단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선후보 경선을, 친문 핵심 전해철 행안부 장관과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을 치른 이 지사다. 경선은 치열했고 팬덤의 충돌은 심각했다. 반석 같은 문재인 팬덤은 진영 안에서 사람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민심은 현재의 권력보다 개선된 권력을 희망한다. 이런 민심에 부응하려면 상처 입은 현재 권력과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결이 전혀 다른 당심과 민심은 삼각파도를 빚어낼 것이다. 이 지사가 대항해 중에 맞이할 가장 큰 파도다.

윤석열의 가장 큰 위기는 장판처럼 매끄러운 바다다. 잔잔한 바다는 바람이 없다는 증거다. 바람이 없으면 파도도 없지만, 배 또한 앞으로 가지 못한다. 잊혀지면 죽는다. 정권이 일으킨 박해의 폭풍우는 그를 죽인 것이 아니라 민심의 바다에 화려하게 진수시켰다. 그 폭풍우가 잠시 잠잠해지자 민심의 바다도 잔잔해졌고 그는 항해를 멈출 판이었다. 기적처럼 '검수완박' 폭풍이 불었고, 파도가 일렁이자 사표를 던지고 항해를 재개했다. 하지만 신풍(神風)의 기적은 두 번으로도 과분하다. 이젠 정권의 박해를 받는 검찰총장이 아니다. 검증 없이 정치인, 대권주자로 환골탈태할 수 없다. 검증의 파도가 쉴 새 없이 사납게 달려들 것이다. 무주공산인 야당에 무임승차하는 쉬운 선택은 안락한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지금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은 대항해의 선두에서 경쟁한다. 선두 경쟁을 유지하려면 바다를 읽어야 한다. 가까운 파도 보다 먼 파도를 바라보고, 잔잔한 바람에서 큰바람을 찾아내야 한다. 대중은 중우(衆愚)가 아니다. 대중의 집단적 지성과 감성이 시대정신을 예고한다. 시대정신은 대권이라는 신대륙에 인도 할 가장 큰 바람이다. 민심은 가치가 흔들리고 질서가 어긋나는 혼돈의 바다 너머를 동경하고 있다. 인격과 경륜으로 시대정신에 조응하기 바란다. 그 바람을 찾지 못하면 민심의 바다는 이재명-윤석열 선두그룹을 좌초시킬 것이다. 이재명은 여권의 대세인듯하여, 윤석열은 야권의 대안인듯하여 어지러운 글을 올렸다.

/윤인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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