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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5년째 이어지는 입주기업 '희망고문'

황성규 황성규 기자 발행일 2021-03-22 제3면

온갖 우여곡절 다 넘었지만…재개만 기다리다 '타임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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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2016년 2월11일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따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공단을 빠져나오고 있다. (우측)2016년 3월16일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협력업체 직원들은 파주 통일대교에서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는 ‘개성공단 평화 대행진’을 진행했다. 대행진에 참여한 한 관계자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경인일보DB

세계시장 점유율 30% 명성 대화연료펌프
폐쇄 이후 경영악화… 기업회생까지 겪어
협진카바링 보험금 탓 정부지원도 못받아

5개 업체 폐업… 11곳은 서류상 유지 그쳐
매출 급감에 6천여개 협력업체까지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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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꿈을 안고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공단 재개만을 기다리며 자그마치 5년을 기다렸다. 그동안 10개 이상의 기업이 경영 악화로 사실상 문을 닫았다. →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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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 전문 제조업체 (주)대화연료펌프는 지난 2004년 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했다. 입주기업 중 유일하게 계열사 공장을 포함해 두 개의 공장을 운영했다.



토지 매입부터 공장 신축, 설비 등 초기 투자비용만 200억원이 들어갔다. 공단 진출 이후 정부로부터 '글로벌 강소기업' 인증까지 받았으나 공단 폐쇄 이후 상황은 크게 나빠졌다.

200억원을 들인 공장을 개성에 그대로 남겨두고 온 탓에 충남 당진에 대규모 공장을 새로 마련하는 등 1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했다.

이후 2019년 기업회생에 들어가며 정상화에 매진한 끝에 최근에야 겨우 되살아났지만 세계 70여개국, 200여곳 글로벌 기업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며 세계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던 강소기업의 경영 악화 소식은 입주기업 사이에서도 큰 파장이었다.

공단 입주를 꿈꾸며 지난 2008년 개성 현지에 착공을 시작한 협진카바링은 공장 내부 설비 설치를 앞둔 상황에서 2010년 정부의 5·24 조치 당시 신규 사업자로 분류돼 입주가 막혔다.

2013년 한 차례 공단 중단의 경험을 했으나 이후 정상 운영을 보장한다는 남북 합의를 믿고 우여곡절 끝에 2014년 입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2년 만에 다시 공단이 문을 닫으면서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이상협(56) 대표는 여태 정부의 피해지원금도 받지 못했다. 2013년 공단 중단 당시 정책보험이었던 남북경협보험금으로 8억원을 받았는데, 공단 재개 후 이 돈을 반환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8억원을 제외한 투자금액에 대해서라도 지원을 요청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개성공단 가동중단 5주년 입주기업 조사'를 보면, 입주기업 중 5곳이 폐업했고 11곳은 서류상으로만 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결번이나 비수신 등으로 연락이 닿지 않는 업체까지 더하면 실제 휴·폐업 기업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사에 응한 111개 입주기업 중 85곳(76.6%)은 공단 폐쇄 직전인 2015년에 비해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다.

매출액 50억~100억원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015년 106억원에서 2020년 66억원으로 38%가량 줄었고, 매출액 50억원 미만의 소기업 평균 매출액은 65억원에서 15억원으로 76%가량 대폭 떨어졌다. 연 매출액 50억원 미만의 기업 중 2015년 대비 지난해 매출이 증가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피해는 입주기업만의 일로 그치지 않았다. 125개 기업과 연관된 6천여곳의 협력업체에도 피해가 전가돼 6만여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이 공단 폐쇄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5년 넘게 공단 재개를 촉구해 온 입주기업들은 이젠 공단 청산까지 부르짖으며 정부를 향해 연일 피해보상 등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대화연료펌프 유동옥(82) 회장은 "공단의 경쟁력 못지 않게 분단국가의 한 기업가로서 평화와 번영에 대한 소명감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진출했다"며 "공단 재개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큰 희망을 가졌지만 5년이라는 시간만 흘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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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황성규차장, 공승배, 남국성기자
사진 : 조재현기자
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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