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메마른 외딴 섬서 1년에 스무마리 사냥 '독특한 전통' 간직
'이게게렉 참관' 등 생동감 넘치는 사진도 수록…'우리의 모습'에 질문
■ 마지막 고래잡이┃더그 복 클락 지음. 양병찬 옮김. 소소의책 펴냄. 488쪽. 1만9천원'세계에서 가장 협동적이고 관대한 문화'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인도네시아 토착 부족이 있다. 바로 '라말레라 부족'이다. 후미지고 바위투성이에 농작물조차 키울 수 없는 메마른 인도네시아 외딴섬에서 그들은 향유고래를 사냥한다.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이다.
라말레라 부족은 고래 사냥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 유일한 부족이자 오늘날까지 수렵채집의 명맥을 잇는 가장 작은 집단이다. 그들은 300명의 부족 사냥꾼들이 1년에 평균 스무 마리의 향유고래를 잡는다. 그리고 21개 가문 1천500명의 부족원에게 육포를 공급한다.
이 책을 쓴 더그 복 클락은 2011년에 라말레라 마을에 첫 발을 내디딘 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여섯 번에 걸쳐 방문하고 책의 내용을 채워나갔다.
라말레라 사람들과 함께 사냥에도 참관하고,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고래 소환식(이게게렉)을 처음부터 끝까지 참관하기도 했다. 라말레라어를 익히고, 라말레라 사람을 인터뷰하고, 꼼꼼하게 기록했다.
책은 라말레라 마을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인물 관계, 전통적인 관습, 개인과 세대 간의 고민 등을 그려내고 있다. 수록된 사진들은 더그 복 클락이 직접 포착한 현장들로 생동감이 넘치고, 그들이 살고 있는 렘바타 섬의 지도와 보충 설명, 라말레라어의 용어 해설 등도 함께 정리돼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라말레라 부족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사라지고 있는 우리의 본모습은 뭘까?' '우리의 현재 모습은 무엇일까?' '나중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생계형 고래잡이를 하는 부족이지만 급격하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그들의 미래는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책을 통해 이들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고민과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