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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입양아동 학대사건] '유령'처럼 키운 입양아…청약 혜택 노렸나?

김영래·김동필·이시은·신현정 김영래·김동필·이시은·신현정 기자 입력 2021-05-13 18:42:23

4남매 가정에 입양아 막내 흔적 어디에도 없어
사회복지사 부부, 청약 가점 노렸나 의혹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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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한 2세 여아를 폭행 학대한 피의자 양부 A씨가 11일 오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나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수원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1.5.11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2살 입양아를 학대·방조한 혐의를 받는 가정의 양모는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고 했다.

양모는 경기도 내 한 그룹홈을 찾아 학대받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고 했다. 해당 그룹홈을 운영하며 양모와 일했던 시설 대표는 13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곳에서 일하려면 자격 요건이 필요하니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오라고 했고 실제로 자격증 시험도 보고 수업도 듣고, 실습도 열심히 하면서 자격증을 따왔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당시 시설 대표는 그룹홈 운영을 맡겼고 양모는 1년 정도 일하다 그만두었다. 몇 년 후 다시 찾아 온 양모는 남편과 함께 다시 운영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혀 부부가 함께 2년 가량 다시 그룹홈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룹홈 시설 대표는 "함께 운영하려면 남편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했더니, 남편도 자격증을 따 왔고 부부가 운영하도록 맡겼다"며 "이 곳 아이들 대부분이 학대피해아동이고, 가정에서 강제분리된 아이들"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학대 아동을 돌보는 일에 적극적이었던 양모는 정작 자신의 입양아는 '유령'처럼 키웠다. 다복한 듯 보이는 4남매의 가정에 입양아인 막내는 어디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특히 가족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집과 그 주변에서 입양된 막내 아이를 목격했다는 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13일, 이들 가족이 사는 아파트 인근 주민을 탐문했는데, 인근 주민들은 4남매는 가끔 봤지만, 어린 막내아이를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4남매가 간간이 다녀갔다는 한 미용실 사장은 "지난 1년여 동안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왔었는데 다른 아기들은 참 많이 본 것 같은데, 막내는 본 적이 없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또 이들 가족이 지난 2018년 1월께부터 다녔던 경기도 내 한 교회에서도 막내를 목격한 이는 없었다. 이들 부부는 친자녀인 4남매를 어릴 적부터 교회 영아부, 유아부, 유치부 등에 모두 등록해 활발히 활동했지만 막내는 전혀 등록돼있지 않았다. 교회 관계자는 "보통 교회에선 아기가 태어나면 큰 축복이라고 여겨 어릴 적부터 교회에 등록을 하는데 막내 아기는 등록이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막내는 코로나19 때문인지, 어린이집조차 다니지 못했다.

가족을 향한 애정이 듬뿍 표현된 양부의 SNS에서도 입양된 막내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양부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남매의 흔한 저녁 시간' '책 읽어주는 큰 누나 옆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 등 4남매에겐 다정한 아버지였지만 정작 입양아인 2살 아동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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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입양된 A(2)양 가족이 살던 화성시 남양읍의 한 아파트. 지난 4일부터 폭행당했던 A양은 폭행 5일 만인 지난 8일 오후 6시께 화성시 인근의 한 병원에 의식 불명 상태로 실려왔고, 병원은 곧바로 인천의 한 대형병원으로 A양을 이송했다. 뇌출혈과 함께 신체 일부에 타박상이 의심되는 흔적을 발견한 병원은 곧바로 경찰에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2021.5.10 /김동필 기자 phiil@kyeongin.com

■ 청약 혜택 노린 입양이었나?

사실상 2세 입양아가 유령처럼 지냈다는 목격담이 전해지면서 화성 사회복지사 부부가 청약 가점을 위해 입양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왔다.

맘·지역 카페를 중심으로 '청약 가점'에 대해 제기된 의혹인데, 경인일보 취재 결과 10년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A(37)씨 부부는 이미 신규 청약을 위한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 지역 한 맘 카페에서는 지난 12일 "다자녀 청약으로 5명이면 최고점수인데, 그래서 입양한 게 아니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A씨가 다니던 교회 교구 사람들도 비슷한 의혹을 던졌다.

한 교인은 "소식을 듣고 (주변에) '청약을 위한 입양'이 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자녀 청약 가점 제도에 보완이 필요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실제 A씨 부부의 경우 친자녀는 4명인데, 이럴 경우 부양가족 기준은 5명을 적용받아 30점을 받을 수 있다. 입양을 해서 1명을 추가하면 5점이 더해져 만점이 된다.

청약통장 만점은 84점이다.

이중 무주택 기간 만점이 32점, 부양가족 만점이 35점, 통장 가입기간 만점이 17점이다. 무주택기간은 1년에 2점씩 늘어난다. 통장점수도 1년에 1점이다. 반면 입양은 1명당 5점씩 오른다.

A씨 부부의 거주지인 남양읍의 아파트는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입주한 다음 달부터 10년 뒤 분양 전환된다. 공공임대주택 청약에 당첨된 A씨 부부는 청약통장 1개와 무주택기간이 사라지게 되지만, 다자녀 가점·거주기간 가점 등 받을 수 있는 세부 가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게다가 A씨 부부는 재당첨 제한 기간도 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 청약 당첨 결과 발표일은 지난 2017년 8월 24일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54조(재당첨 제한)에 따라 과밀억제권역 외 지역에서 85㎡ 이하 주택에 당첨된 경우 3년간 재당첨이 제한되는데, A씨 부부가 B양을 입양했던 무렵인 2020년 8월 말 재당첨 제한에서 풀린 것으로 계산된다.

물론 경찰 조사에서 A씨 부부가 청약을 위해 입양을 했다고 진술한 것도, 단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0년 거주 후 분양 전환되는 방식의 아파트라서 사실상 재청약을 목표로 입양했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의 지적대로 입양이 청약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어, 경찰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접한 한 시민은 "입양이 청약당첨의 수단이 된 건 생소한 게 아니"라며 "(입양을)악용했다면 강력히 처벌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래·김동필·이시은·신현정기자 phii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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