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수 없는' 어른들 쉼터 vs '놀 것 많은' 호기심 천국
어린 아이들이 처음으로 대인 관계를 형성하는 작은 사회 공간인 놀이터가 신도시와 구도심간 격차가 나면서 오히려 차별의 공간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없는 이름만 어린이공원인 인천시 동구 송림동의 한 어린이 놀이터(왼쪽)와 이와 대조를 이루는 송도국제도시의 한 공공 어린이공원 시설. 2021.5.1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놀이터는 단순히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대인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성을 기르는 곳이다.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사회'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놀이터조차 신도시와 구도심 간 차별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놀이터 등 민간 놀이터는 차치하더라도 공공 놀이터까지 신도시와 구도심 간에 격차를 보이면서 이 같은 차별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5시께 찾은 인천시 동구 송림동의 한 어린이공원. 동구에서 관리하는 공공 어린이 놀이터지만, 아이들을 위한 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놀이터에 가장 흔하게 있는 미끄럼틀조차 없었다.
어린이 놀이시설 대신 자리 잡은 건 '양팔 줄 당기기'와 같은 성인용 생활 운동기구 4기뿐이었고, 나무 벤치도 아이들 대신 어른들의 쉼터가 돼 있었다. 심지어 공원 울타리 밖에는 재활용 분류함이 설치돼 있었다. 쓰레기 무단 투기가 빈번한 듯 이를 감시하기 위한 CCTV와 투기 금지 안내문까지 곳곳에 있었다.
동구는 2018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곳이지만, 이날 본 어린이 놀이터는 '어린이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좋지 않은 환경처럼 보였다.
같은 날 찾은 송도국제도시의 한 어린이공원. 우레탄 바닥 위에 설치된 미끄럼틀 등의 복합 놀이시설에서 초등학생 2명이 뛰어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나무로 된 구름다리를 건너 미끄럼틀을 타고, 다시 올라가 구름다리 건너기를 반복했다. 해먹 위에 눕기도 했다.
한눈에 보더라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시설이 가득했다. 동구에서 본 어린이공원과 대조적이었다. 주변에 쓰레기도 없었다.
인천시의회 유세움(비례) 의원이 인천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에는 578개의 공공 어린이공원이 있다. 조성이 완료된 420여 곳에 현재 조성 중인 곳 60여 개, 아직 착공하지 않은 곳 80여 개를 모두 더한 수치다.
하지만 구도심의 공공 놀이터는 상당수가 시설이 열악한 반면 신도시의 놀이터는 비교적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놀이터까지 신도시와 구도심 간 격차가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관계를 형성해야 할 놀이터가 오히려 처음으로 차별을 겪는 공간이 됐다는 것이다.
강화군과 옹진군을 제외한 인천 8개 구 중 공공 어린이공원이 가장 많은 곳은 서구(125개)인 반면 가장 적은 곳은 동구(20개)다. 이는 공공 어린이공원만 비교한 수치로, 아파트 놀이터 등 민간 놀이터까지 합치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세움 의원은 "언제부턴가 (구도심의) 놀이터가 쓰레기 수집 장소가 되고, 범죄를 걱정해야 하는 장소가 돼 버렸다"며 "놀이터가 아이들이 가장 먼저 차별을 겪는 공간이 돼선 안 된다. 다시 평등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지역따라 인구 유출·입 가속화… '놀이터 격차' 더 커진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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