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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13)] 용인 유일의 맥주양조장 '매직트리브루어리'
황성규 기자
입력 2022-04-18 19:54 수정 2022-04-19 10:11

청년의 진심으로 빚은 거품이 살아있는 맥주… 품질엔 거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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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청 쪽에서 성산로를 따라 에버랜드 방면으로 가다 보면 역북터널을 지나 오른쪽에 자그마한 공장 모양의 회색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1층 유리창으로 보이는 건물 내부에 커다란 물탱크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이곳은 수제맥주를 직접 만드는 양조장이다. 전국적으로 100여개의 맥주 양조장이 있지만 용인에는 이곳이 유일하다.

[술도가]매직트리브루어리
양조장에서 직접 만든 신선한 수제맥주를 현장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게 매직트리브루어리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곳에선 시그니처 메뉴인 '레트로골드바이스'를 비롯해 아홉 종류의 수제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 병원에서 양조장으로…삶의 무대 옮긴 청년

매직트리브루어리(주) 하승현(33) 대표는 본래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간호사였다. 8년간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며 20대를 보냈다. 하지만 30대를 앞두고 인생의 전환점을 찾기로 결심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맥주를 떠올리며 이를 구체화 시켰다.

하 대표는 "나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강했고, 평소 좋아하는 맥주관련 일을 아이템으로 삼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아버지께서 과거에 맥주 장비 관련 일을 하셨던 점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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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트리브루어리 건물 전경.

맥주가 좋아 직접 뛰어든 30대 하승현 대표
갓 만든 제품 바로 마실수 있는 매장 문열어


결단이 서자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으나 때마침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가 찾아왔다. 팬데믹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장기화 태세에 접어들었고 창업은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꿈을 향한 청년의 열정은 식지 않았고 자신이 유년시절을 보낸 용인에 터를 잡기로 결심, 결국 2019년 법인사업자를 내며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에 돌입했다.

하 대표는 단순히 술을 파는 곳을 넘어 직접 만든 양질의 맥주를 곧바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양조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각종 시설 설비에 관한 공부도 병행했다.

그는 "물론 꼭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고 양조시설도 업체에 맡기면 될 일이지만 그래도 관리자가 다 알아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양조장 시설 벤치마킹도 수차례 하면서 그렇게 1년 반 동안 준비기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주위의 걱정 어린 시선을 이겨내고 결국 청년사업가는 이듬해 양조장을 겸비한 수제맥주 매장을 용인시 처인구 유방동에 오픈했다. 그렇게 20대 청년은 30대 문턱에서 자신의 삶의 무대를 병원에서 양조장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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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에서 양조장 대표로 제2의 인생을 연 매직트리브루어리 하승현 대표.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위험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그저 맥주가 좋아서였다.

하 대표는 "요즘처럼 어렵고 팍팍한 시대에 맥주만큼 현대인들에게 활력을 주는 게 또 있겠나 싶었다"며 "직장인들에게 퇴근 후 맥주 한 잔이 주는 위로와 치유는 생각보다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술은 물론 소주라고 하지만,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가장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맥주가 지닌 진짜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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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조장에서 마시는 맥주가 가장 맛있다."


매직트리브루어리 1층에는 맥주를 직접 제조하는 양조장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여기서 만든 맥주를 곧바로 마실 수 있는 펍(pub)이 2층에 위치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맥주는 양조장 굴뚝 그늘아래서 마실 때 제일 맛있다'는 독일 속담이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하 대표는 "요즘은 맥주 종류가 워낙 다양해졌고 수제맥주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그런 맥주와 차별화하는 지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양조장에서 갓 만든 맥주를 바로 마실 수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회색 공장 느낌의 외관과는 달리 내부 인테리어는 원목 자재를 통해 서구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천장이 높아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을 주며 창밖으로는 농촌 전원의 풍경이 펼쳐져 묘하게 동·서양의 조화를 이룬다.

[술도가]매직트리브루어리
높은 천장과 원목 자재 사용으로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한 펍(pub) 인테리어.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이곳에 오면 팔찌를 차고 셀프 방식으로 원하는 종류의 맥주를 양껏 직접 뽑아 마실 수 있다. 이후 마신 양만큼의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500 하나요'를 외치는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1층 양조장·2층에 펍… 9종류 수제 선보여
지난해 '대한민국 주류대상' 2개 제품 수상


현재 이곳에는 레트로골드바이스, 필쏘굿 등 아홉 종류의 수제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레트로골드바이스는 풍부한 거품과 입안 가득 넘치는 보디감이 매력인 밀맥주로, 후각을 자극하는 달콤한 바나나향까지 느낄 수 있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다. 깔끔하면서 청량하고 쌉싸름한 맛을 내는 필쏘굿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두 종류는 지난해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각각 상을 받았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메뉴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 대표는 "트렌드에 따라 고객 취향도 변하기 때문에 레시피 개발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의 인기 있는 종류는 유지하면서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 "맥주로 행복을…용인의 대표 명소 됐으면"


매직트리브루어리는 고객이 찾아오는 방법밖에 없다.

인원 제한이 뒤따르는 코로나 시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하 대표는 이곳에서 만든 맥주를 캔으로 유통해 판매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러나 고민으로만 끝냈다. 맛있는 맥주를 가장 맛있는 상태로 보급하겠다는 운영 철학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사태에도 맛 지키려 '캔' 판매 안해
"주류 택배 제한 아쉬움… 지역명소 됐으면"


하 대표는 "솔직히 코로나 때문에 매장 손님이 뜸해졌을 땐 이대로 안 되겠다는 현실적 문제가 컸고, 캔맥주를 만들어 파는 것도 고민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며 "하지만 캔으로 만들어 유통하면 이곳에서 직접 마실 때의 신선한 퀄리티는 나오기 힘들다. 이 점은 타협할 수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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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트리브루어리만의 수제맥주가 만들어지고 있는 건물 1층 양조장 내부.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이 때문에 이곳은 양조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포장 판매는 하고 있지만 캔맥주 유통은 하지 않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맥주 맛을 지키기 위한 고집스런 결정이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

하 대표는 "시중에 유통되는 캔맥주는 안정적이고 일관적인 맛을 내야 하는 이유로 대부분 효모를 걸러내고 있다. 그렇게 되면 풍부한 맛은 사실 포기해야 한다"며 "효모를 거르지 않고 만드는 게 생맥주 아니겠나. 진짜 생맥주를 보급해 나가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택배가 제한돼 있는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 대표는 "매장을 찾은 고객 중 상당수가 택배 판매를 요청하고 있는데, 규제 탓에 할 수가 없다. 전통주나 와인과 달리 맥주업계에만 적용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런 점은 조금 개선이 됐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용인의 유일한 맥주 양조장이 지역 명소로 자리 잡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 대표는 "기분이 좋을 때도 기분이 안 좋을 때도 먹는 게 술이다. 그런데 맥주는 흔히 기분을 낼 때 많이 마신다는 점에서 뭔가 행복감을 주는 매개물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매직트리브루어리가 맛있는 맥주를 통해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용인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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