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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감] 인천 남동유수지서 저어새 모니터링 참여하는 류기찬·이혁재·오지윤
김주엽 기자
입력 2022-07-26 21:28

사라져가는 저어새 서식지… "인천갯벌, 보전해야 할 소중한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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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유수지 저어새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류기찬씨·오지윤양·이혁재씨(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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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국제도시와 남동국가산업단지, 승기천 하류 사이에 있는 남동유수지. 이곳은 폭우가 내렸을 때 홍수 피해를 막고자 만들어진 인공습지다.

이 남동유수지에는 인공섬이 있다. 송도갯벌에 먹이를 구하러 온 야생 조류들은 관상용으로 조성된 이 인공섬에서 잠시 쉬어가곤 했다. 그 인공섬에 2007년부터 한국재갈매기들이 하나 둘 둥지를 틀었고, 2009년부터는 멸종위기종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1호)가 찾아와 본격적인 번식을 시작했다. 도심 속에 자리 잡은 저어새 번식지를 사람들은 '저어새섬'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저어새가 번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다. 이 때문에 인천지역 환경단체와 야생 조류에 관심 있는 시민들은 저어새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록해 나갔다. 이와 함께 남동유수지 인근에는 저어새 홍보관을 만들었고, 이곳을 찾은 청소년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줬다.

이슈앤스토리 남동유수지 저어새

남동유수지에 저어새가 자리 잡은 지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남동유수지는 전 세계 각지의 저어새가 찾아오는 주요 번식지가 됐다. 인천시는 남동유수지를 찾는 저어새를 위해 저어새섬 옆에 더 넓은 '큰 섬'을 새롭게 지어줬다. 두 개의 인공섬은 큰 섬과 작은 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 처음 저어새가 인천에 왔을 때 홍보관에서 생태교육을 받던 어린 학생들 중에는 지금껏 열정적으로 저어새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이들이 있다. 이혁재(23), 류기찬(20)씨와 오지윤(18)양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턴 저어새뿐 아니라 남동유수지, 송도갯벌을 찾는 다양한 철새들을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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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구로구에서 찾아오는 류기찬 씨
우리나라·대만·동남아·일본·중국 등
시민단체 협력으로 번식·월동지 지켜
멸종위기종 개체 수 늘린 최고의 모델


서울 구로구에 사는 류기찬씨는 일주일에 5번 이상 새벽 5시에 인천행 지하철에 오른다. 남동유수지에서 저어새를 관찰하기 위해서다. 그는 남동유수지에 저어새가 몇 마리가 있는지, 새로 생긴 둥지와 태어난 새끼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관찰하고, 이를 정리해 수첩에 빼곡하게 채운다.

류씨는 "물 때에 맞춰서 모니터링을 해야 해서 가끔 지하철이 다니지 않을 시간에는 택시를 타고 오는 경우도 있다"며 "지금은 인천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서 훨씬 편해졌는데, 고등학교 때는 서울 성북구에서 3시간이 넘게 지하철을 타고 남동유수지에 왔다"고 설명했다.

공감인터뷰5

# 일주일 5일 이상 관찰하는 이혁재 씨
알 낳고 새끼 키우는 과정 1년 지켜봐
고작 둥지 재료 넣고 쓰레기 치웠지만
그해 태어난 새들은 내가 키운듯 뿌듯

이혁재씨도 일주일에 5일 이상 아침 7시에 남동유수지로 나와 류기찬씨와 함께 저어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그는 "여름에는 아침 시간이라도 남동유수지 주변이 매우 습하고 더워 힘들고, 겨울에 철새를 관찰하기 위해 갯벌에 나오면 손과 발이 모두 얼어붙을 정도로 춥다"고 표현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오지윤양도 학업 때문에 매우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 한 달에 한두 번은 남동유수지를 찾아 저어새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이들은 "몸은 힘들지만, 저어새들을 관찰하는 게 정말 좋아 남동유수지를 찾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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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씨는 고등학교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면서 처음 남동유수지를 찾았다고 한다.

그는 "저어새가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 월동지를 떠나는 과정을 1년 동안 지켜봤다"며 "나는 고작 둥지 재료를 넣어주거나 주변에 쓰레기를 줍는 환경 정화활동만 참여했지만, 그해 태어난 저어새들을 모두 내가 키운 것 같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생명체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는 게 매우 매력적인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금까지 남동유수지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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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시간 쪼개 참가한 고3 오지윤 양
이렇게 더러운 물에 새들이 사는구나
가엽게 느껴져 이어온 환경정화 활동
대학에 가서 생명공학 전공하고 싶어


오지윤양은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을 따라 처음 남동유수지를 왔을 때, '이렇게 더러운 물에도 새들이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저어새들이 가엽게 느껴져 주변에 쓰레기를 열심히 줍는 등 환경정화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어새 모니터링도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2009년 남동유수지에 저어새가 처음으로 둥지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2천100여마리에 불과하던 전 세계 저어새의 개체 수는 올해 6천여마리로 늘어나게 됐다. 10여년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남동유수지에도 매년 300~400마리의 저어새가 찾아와 둥지를 틀고 있다.

류기찬씨는 "우리나라와 대만, 동남아시아, 일본, 중국 등 저어새 번식지와 월동지 시민들이 노력한 덕분에 저어새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 같다"며 "저어새는 국제적인 시민단체 간의 협력으로 멸종위기종의 개체 수를 증가하게 만든 최고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남동유수지에 오는 저어새 중 일부는 월동지인 대만이나 일본에서 다쳐 치료를 받고 온다"며 "현지 시민단체에서 저어새 모습을 세심하게 관찰하다가 다친 개체가 있으면 바로 정성을 다해 치료해 주기 때문에 1천㎞ 이상을 날아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어새 번식지에서 활동하는 우리도 남동유수지의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저어새 등 남동유수지를 찾는 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는 인천지역 갯벌이 크고 작은 개발로 많이 사라졌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건설을 위해 송도갯벌을 습지보호구역에서 해제해 달라고 인천시에 요구하는 등 개발 압력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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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씨는 "인천지역 갯벌을 보전해야 할 매우 소중한 자산"이라며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려면 갯벌 등 습지를 보호해야 하는데, 개발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혁재씨와 류기찬씨, 오지윤양은 앞으로도 남동유수지를 찾는 새들과 갯벌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이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저어새 등 철새에 대해 공부할 예정이며, 오양도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있는 류기찬씨는 "대학 동기들과 함께 연 사진전에서 송도갯벌과 저어새를 주제로 찍은 사진을 전시했다. 사진전을 찾은 많은 사람이 '송도국제도시에도 이러한 장소가 있었느냐'고 말하며 매우 신기해했다"고 했다.

그는 "송도갯벌과 저어새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많은 사람에게 이곳의 훌륭한 모습을 계속 소개하고 싶다"며 "이를 토대로 소중한 생태 자원을 지켜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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