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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드론 암살
홍정표 논설위원
입력 2022-08-0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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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3일 새벽,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Qods)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일행과 함께 차량에 올랐다. 공항을 빠져나가는 차량 2대를 향해 미군 드론 MQ-9 리퍼(Reaper)에서 미사일 4기가 발사됐다. 첫 발이 명중하면서 탑승자 10명이 전원 즉사했다. 이슬람혁명 국가 이란의 이인자가 영원히 제거된 순간이다. 공항 도착 11분 만이다.

작전이 공개되자 미군의 공격용 무인항공기 'MQ-9 리퍼'에 관심이 집중됐다. 리퍼는 공대지 미사일 14발을 탑재할 수 있는 전폭 18m의 대형 드론이다. 무장한 상태에서도 7천500m 상공에서 14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950 마력의 고성능 엔진을 탑재해 시속 580㎞로 이동이 가능하다. 항속거리는 5천926㎞나 된다.

미국이 주초에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수괴 아이만 알자와히리(71)를 암살했다. 장소는 탈레반 고위 지도자의 보좌관이 소유한 집에서다. 미 언론은 알자와히리가 안가(安家)의 발코니에 나와 머무는 시각을 노려 MQ-9 리퍼가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한 달 전부터 그가 안가에 머물렀고, 정기적으로 발코니에 나와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한다는 사실을 알고 끈질기게 추적했다고 한다.

알자와히리 암살에는 솔레이마니 때와 마찬가지로 드론이 사용됐으나 장착 무기는 전혀 다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을 응용해 개발된 R9X 미사일이다. 탄두는 폭약을 넣지 않고 표적을 타격하기 직전 6개의 칼날이 펼쳐지도록 설계됐다. 은밀하게 목표물만 타격해 살상을 최소화하기에 '닌자 폭탄'이라고 불린다. 실제로 알자와히리의 가족이나 경호원 누구도 사상하지 않았다.

알자와히리는 빈 라덴과 함께 2001년 전대미문의 9·11테러를 저질렀다. 빈 라덴 사후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가 된 그에게 현상금 2천500만달러(326억원)가 걸렸다. 미국은 20년 넘게 그를 쫓았고 마침내 뜻을 이뤘다.

진화하는 기술로 대형 드론에, 첨단 무기가 개발되면서 표적 처리가 손쉬워졌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알자와히리 암살에 담긴 미국 메시지다. 북한 등 각국 독재자들에 이보다 더 무서운 경고가 없을 듯하다.

/홍정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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