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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 '동부희망하우스 봉사단' 김여원 단장

하지은
하지은 기자 zee@kyeongin.com
입력 2022-08-08 20:58

"우울증 여성 치료후 달라진 인생… 가장 보람 느꼈다"

김여원 단장
남양주 동부희망케어센터 동부희망하우스 봉사단 김여원 단장. 김 단장은 "남양주 지역에 남은 유일한 집수리 봉사단을 오랜 기간 이끌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2022.8.8 남양주/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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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수혜자 인생을 바꾸는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어요."

남양주 동부희망케어센터 '동부희망하우스 봉사단' 소속으로 집수리 봉사를 이끌고 있는 김여원(55) 단장의 진심 어린 당부다.

수동면 한 노부부의 집 천장에 비가 새 지붕에 기왓장을 올려놓는 일을 시작으로 바퀴벌레·곰팡이 가득한 오래된 집의 대수술까지, 남양주 지역에서 15년간 그의 손길이 닿은 곳은 150여 가구에 이른다.

그가 단장을 맡은 이후로는 집 관련 전문가들을 섭외해 내실 있는 단원들로 구성하는 등 더 튼튼하고 완벽한 '새집 재현'을 이뤄내면서 수혜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김 단장은 청소와 도배 등 집 내외부의 주거환경개선이 봉사단의 주된 활동이지만 복지 사각지대에서 소외받는 이웃들을 발굴하는 게 더 큰 목적이자 봉사단의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집안 상태와 환경을 보면 거주자의 내면과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며 "수리도 수리지만 대상자의 심리적 안정과 개선을 위해 관계기관과 연계 활동에도 큰 비중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붕 기왓장·곰팡이 등 15년 집수리
도둑취급 받기도… 스스로 단단해져
"복지 사각지대 많은 세상 관심 필요"


이 같은 활동 방향은 그가 과거에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던 한 여성을 만나면서 비롯됐다.

김 단장은 "이웃 주민이 전해온 사연을 듣고 무작정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3일간 끈질긴 설득 후 간신히 그의 집 문이 열렸지만 10t가량의 쓰레기가 가득차 있었고, 자살 기도 흔적도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뒤 본인도 이혼을 겪으며 삶의 의지가 꺾인 20대 젊은 여성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속적인 관심과 관계기관과 연계한 심리치료·재정적 도움을 준 이후 여성은 몰라보게 달라졌고, 현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새 삶을 살고 있다"며 "제 인생에서 가장 보람되고, 봉사를 끊을 수 없는 계기가 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때로는 열심히 봉사한 이후 생각지 못한 상황들과 대면하기도 한다. '물건이 없어졌다'며 도둑취급을 하거나 '멀쩡한 집을 왜 해주느냐'는 인근 주민들의 시기, 리모델링 후 세입자를 내쫓으며 봉사단을 교묘히 이용하는 집주인 등이 그런 경우다.

그는 "많은 일을 겪으며 저 자신도 단단해지고 있다. 과한 요구를 하는 분들껜 단호하게 봉사단의 역할을 소개하고 대상자 선정도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김 단장은 "40대 시절엔 봉사단 활동으로 가득 채운 것 같다. 휴가도 없는 힘든 나날이었지만 오히려 행복 수치가 올라간 시기였다"며 "앞으로도 소외 이웃들과 저 자신을 위해 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여전히 각박하고 복지 사각지대가 많은 세상이다. 주변을 한 번만 더 돌아보는 작은 관심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남양주/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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