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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 '우영우 소덕동 팽나무'로 관심 받는 우리동네 고목들

김태양
김태양 기자 ksun@kyeongin.com
입력 2022-09-01 21:00 수정 2022-09-01 21:10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 뿌리 깊은 인천의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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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당산나무에요."

소덕동 주민이 마을의 자랑거리인 팽나무를 가리키며 "소덕동 사람 중에 어린 시절 저 나무 타고 안 논 사람이 없고, 간절할 때 기도 한 번 안 한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소덕동은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 개설로 존폐 위기에 놓였지만,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되면서 마을을 지켜낸다. 인기리에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한 에피소드다.

'장수동 만의골 은행나무' 수령 800년 '영험함' 전해져
강화군에는 700년된 향나무 등 천연기념물 지정 4그루
영종 느티나무·신현동 회화나무·계산동 은행나무 '절경'
대청도 동백나무숲 '북쪽 한계지역' 학술적 가치 인정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덕동 팽나무'처럼 인천에도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나무들이 있다. 인천 남동구 장수동 만의골의 은행나무가 대표적이다.

이 나무는 다섯 개의 굵직한 줄기가 고르게 갈라져 높게 솟아올라 있다. 수양버들처럼 축축 늘어진 가지엔 푸른 은행나뭇잎이 빼곡하다. 여러 그루의 은행나무가 모여 하나의 수풀을 이룬 듯한 웅장한 모습이 시선을 압도했다.



장수동 은행나무
남동구 장수동 은행나무. /경인일보DB

높이 28.2m, 둘레 9.1m에 달하는 이 은행나무는 수령(樹齡)이 8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2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마을 사람들에겐 은행나무의 잎, 가지 등 어떤 부분도 집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있다고 한다. 오랜 옛날부터 영험한 나무로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만의골 주민들에게 이 은행나무는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키고 있는 수호신과도 같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만의골에서 사는 신윤철(54)씨는 "매년 음력 7월 1일이면 은행나무 앞에서 풍년과 가족의 건강 등을 기원하는 당제를 지낸다"며 "어린 시절엔 당제를 지내면서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소 한 마리를 잡아 함께 나눠 먹기도 했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강화 참성단 소사나무
강화 참성단 소사나무. /경인일보DB

인천 강화군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목(古木) 4그루가 있다. 볼음도 은행나무, 갑곶리와 사기리에 있는 탱자나무, 참성단 소사나무 등이다.

수령이 800년 정도인 볼음도 은행나무는 정자나무 역할을 하는데, 마을을 지켜주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지고 있다. 800년 전 홍수에 떠내려온 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이 나무의 가지를 태우면 신이 화가 나서 재앙을 내린다는 전설도 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정월 그믐날에 모여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비는 풍어제를 지냈다고 한다.

갑곶리와 사기리에 있는 탱자나무는 수령이 약 4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화도는 고려시대 고종이 몽골의 침입 때, 그리고 조선시대 인조가 정묘호란 때 난을 피해 있었던 곳이다.

이때 강화도에 외적을 막는 수단으로 성을 쌓고, 성 바깥쪽에 탱자나무를 심었다. 탱자나무를 심어 외적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주민들은 당시 심었던 이 탱자나무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으로 믿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심은 국토방위의 유산으로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시조로 받들어지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곳으로 알려진 마니산 참성단엔 홀로 우뚝 서 있는 소사나무가 있다. 가지와 잎이 많은 줄기의 윗부분인 나무갓이 단정하고 균형 잡혀 있다.

규모와 아름다움에 있어 우리나라 소사나무를 대표하는 수목이라 할 수 있다.

또 강화군 보문사 석실(石室) 앞엔 큰 바위틈 사이로 향나무가 있다. 수령이 700년인 것으로 알려진 이 나무는 두 줄기로 갈라져 있는데 나무의 형태가 마치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모습이어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전해지는 말로는 한국전쟁 중 죽은 것 같이 보였으나 몇 년이 지나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용궁사 느티나무
중구 영종도 용궁사 느티나무. /문화재청 제공

중구 영종도에 있는 용궁사에는 느티나무 1쌍이 있다. 오른쪽은 할아버지 나무, 왼쪽은 할머니 나무로 불린다. 할아버지 나무가 할머니 나무쪽으로만 가지를 뻗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 나무에 얽힌 흥미로운 전설도 있다. 옛날에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부인들이 용궁사에 치성을 드리러 와서 용황각에 있는 약수를 마시고, 할아버지 나무에 기원하면 아기를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서구 신현동의 회화나무는 약 500년 동안 마을 사람들과 공생하며 살아가고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해주고,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에 꽃이 필 때 위쪽에서 먼저 피면 풍년, 아래쪽에서 먼저 피면 흉년이 든다고 예측했다고 한다.

계양구 계산동의 은행나무는 인천부평초등학교 안에서 자라고 있는 500년 된 나무다. 옛날 부평도호부 관아 건물의 주변 경치를 아름답게 하려고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 북단에 위치한 인천 옹진군 대청도엔 동백나무 숲이 있다. 동백나무가 자연적으로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 지역으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과거엔 지름이 20㎝에 이르는 큰 나무가 147그루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그렇게 큰 나무를 찾아볼 수 없다. 한때 동백나무가 전국적으로 불법 채취될 때 그 수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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