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태국 관세총국과 합동 마약 단속을 통해 필로폰(메스암페타민) 22㎏과 야바(YABA) 29만정, MDMA(일명 엑스터시) 479정 등 불법 마약류 35건을 적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초콜릿에 숨겼다 적발된 야바. 2022.9.20 /관세청 제공 |
합성 마약 '야바(YABA)'가 태국에서 국내로 유통되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지보다 높은 값을 쳐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인데, 유통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현지와 교류하는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활용하는 탓에 매년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다.
26일 대검찰청의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2019년 1천529명, 2020년 1천958명, 2021년 2천33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모양새다. 국적별로는 2021년 기준 태국인이 888명으로 중국인 504명, 베트남인 310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태국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야바를 밀수입해 공장 기숙사나 노래방 등에서 판매하거나 투약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야바 밀반입 현황은 2019년 13.3㎏, 2020년 13.8㎏, 2021년도 49.5㎏으로 오름세를 보이다 폭증하는 추세다.
이주노동자 기숙사·노래방서 유통
작년 '야바' 49.5㎏ 밀반입 급증세
야바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과 카페인을 혼합해 만든 합성 마약으로, 붉은색 알약 형태로 제조해 국내에서 1정당 최대 15만원에 유통되고 있다. 알약 형태다 보니 투약이 간편하고 건강보조제나 식료품으로 위장하기가 수월하다.
태국 현지에선 1정 기준 3천원 남짓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태국 현지 마약 조직과 연계하여 야바를 한국으로 밀수해 50배 부풀려 팔며 폭리를 취하는 일당이 점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용인동부경찰서는 이 같은 태국인 마약사범 28명을 대거 검거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마약사범들은 세관의 의심을 피하려 자택이 아닌 식료품을 배송받을 일이 많은 식당을 수신처로 이용한다. 또한 국제우편(EMS)을 보낼 때 물품 가격이 150달러 이하인 제품은 수입신고를 생략할 수 있는 '목록통관'을 악용하기도 한다.
실제 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도내 한 식당은 마약 배송지가 될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수원역 인근에서 5년째 태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조모(60대)씨는 "3개월 동안 매주 찾아와 10만원 상당의 식사를 하고 가던 태국 여성 두 명이 있었다. 어느 날 이들이 모국에서 배달 올 소포를 좀 받아 달라고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서 그는 "작은 화장품이 온다고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화장품을 굳이 자택이 아닌 식당으로 배송할 이유가 없었다. 아내가 마약 거래가 의심된다고 해서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다"고 이야기했다. 단골손님이던 두 사람은 이후 종적을 감췄다고 한다.
이렇게 식당 또는 제3자의 주거지로 몰래 배송하는 마약류는 검역 사각지대를 뚫고 국내로 들어온다. 페이스북과 라인 등 SNS를 통해 외국인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는데, 한국어나 영어가 아닌 현지 언어로 소통이 이루어지기에 내국인 마약사범보다 단속이 까다로운 실정이다.
'50배 폭리 점조직' 용인서 28명 검거
자택 아닌 식당 등 '목록통관' 악용
경기 남부권에서도 이러한 외국인 마약사범은 지속적으로 검거되고 있다. 경기 남부에서 적발된 내국인 대비 외국인 마약사범 비율은 2019년 15.5%, 2020년 23%, 2021년 21.4%로 평균 20%가량을 차지한다.
경기 남부의 한 마약 사건 담당 수사관은 "간단한 소포나 생활용품으로 위장하는 등 마약류 밀반입 방식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외국인 마약사범 검거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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