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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도 안돼 매진' 허무한 티켓 예매… '현대판 암표' 매크로 앞에선 속수무책

유혜연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입력 2022-09-27 20:04 수정 2022-09-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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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인기 공연과 스포츠 경기 티켓을 선점하여 구입한 뒤 높은 가격에 되파는 판매자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매크로는 반복적인 작업을 보다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연합뉴스

 

주요 스포츠 경기나 인기 가수의 콘서트 공연 예매에 악용되는 '매크로 표 싹쓸이' 문제가 거듭 반복되나 이를 저지할 마땅한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27일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에는 웃돈을 주고 티켓을 팔거나, 매크로를 이용한 대리 티케팅을 해준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직접 마우스를 클릭해 좌석을 잡는 것과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컴퓨터가 좌석을 자동 선택하는 건 속도가 천지 차이기에 이 같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화성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지난 6월 펼쳐진 엘지와 롯데 야구 경기 티켓을 예매하려다 매크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친구 한 명까지 피시방에 데려와 티켓 판매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 정각에 바로 들어갔으나 절반 이상이 판매완료로 변한 것이다.

김씨는 "들어가자마자 좋은 자리는 누군가 이미 선택한 좌석이라고 떴다. 중고나라에 들어가니 플미 붙여서(과하게 웃돈을 얹어서) 팔아서 어이가 없었다. 매크로 사용 안 하고 좋은 자리 얻는 건 불가능한 거 같다"고 토로했다. 


'표 싹쓸이' 웃돈 판매자들 기승
주요 스포츠·콘서트등 예매 악용
'악성코드' 아니라 불법근거 없어


최근 논란인 방탄소년단(BTS) 무료 공연부터 지난 6월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토트넘과 세비야의 축구 친선 경기 암표까지.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인기 공연과 스포츠 경기 티켓을 선점하여 구입한 뒤 높은 가격에 되파는 판매자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매크로는 반복적인 작업을 보다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흔히 티켓 예매 시 사용되는 매크로 방식은 '색 인식'인데, 컴퓨터가 예매 가능 좌석을 자동으로 인식하여 바로 선택을 하도록 한다. 이는 남아 있는 좌석(보라색)과 매진된 좌석(회색) 사이에 색깔이 다른 점을 응용하는 원리다.

티케팅 관련 매크로 프로그램은 3만원 남짓 가격에 거래되며 매진표(회색)와 구매 가능표(보라색)를 구분하는 단순한 수준부터, 좌석 구역별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고급 버전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이 같은 '매크로 표 싹쓸이'를 저지할 마땅한 규제 방안은 없다는 점이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암표를 처벌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현행 '공연법'에선 입장권 부정 판매에 대하여 선언적인 규정만을 담은 탓이다. 더불어 매크로 프로그램 자체는 악성 코드가 아니기에 불법이 아니라는 점도 한몫한다.

신민영 형법 전문 변호사는 "매크로를 사용해 다른 사람의 정상적인 예매 업무를 방해한다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있다"며 "다만 개인 간의 거래에서 웃돈을 주고 판매하거나 개인이 매크로를 사용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규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법안 보완 시 규제를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를 두고 할 건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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