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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선감학원 특별기획·(中)] "개밥도 이렇게는…" 배곯은 아이들, 짐승처럼 강제노역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기자 jebo@kyeongin.com
입력 2022-10-23 20:38 수정 2023-01-16 10:31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부랑아처럼 보인다는 한가지 이유로 먹을 것, 입을 것, 잘 것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 없었고 고된 노역과 폭행을 당했으며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인권을 유린당했다. 사진은 선감학원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선감학원 아동들이 받은 급식을 비슷하게 재현한 모습.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국가의 인권유린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국민 보호'다. 모든 역사를 통틀어 자국민을 보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 국가는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선감학원의 비극은 여기서 비롯된다.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선감학원이 대한민국에서도 이어져 온 단 하나의 연결고리는 '부랑아'. 자국민을 보호할 국가 자체가 부재했던 일제시기와 자국민 보호의 의무를 저버린 대한민국은 '부랑아처럼 보인다'는 한가지 이유로 아동의 인권을 유린했다.

이 삐뚤어진 인식은 경기도가 선감학원을 운영하는 기저에 깊숙이 뿌리내려졌다. 먹을 것, 입을 것, 잘 것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 없었고 고된 노역과 폭행이 만연했으며 제대로 된 교육도 없어 미래를 꿈꿀 수도 없었다. 쓰다 버리고, 없어져도 상관없다고 여겼다.

운영의 주체가 경기도지만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경기도지사가 관할한 경기도는 국가기관이었다. 결국 대한민국이 자국민인 선감학원 아동에게 그랬다.

위의 사진은 당시 선감학원 아동들이 제공받은 급식을 재현한 모습이다. 선감학원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최대한 비슷하게 재구성했다.


주식은 강냉이밥이거나 꽁보리밥이었다. 낡아빠진 양은그릇에 약 3분의1 담은 강냉이밥이나 꽁보리밥에, 건더기가 거의 없는 소금만 뿌린 국을 반찬으로 주었다. 그나마 경기도지사가 시찰을 오거나 선감학원 창립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고깃국이 나왔는데 그마저도 비계만 넣고 끓여 먹고 탈이 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먹을 것 없어 쥐·뱀·개구리 등 취식
"급식표 현실과 달라" 근무자 증언

"강냉이랑 통밀을 제대로 갈지 않아 먹기도 힘들었어요. 국은 보통 굉장히 묽고 아무 맛도 안났는데, 모래가 섞여 있어 잘 흔들어 윗 부분만 마시는 꼴이었습니다. 개밥도 이렇게는 안 줬을 거예요.(1954년 14살 입소해 1959년 19살에 퇴소한 최석규씨)"


"밥과 반찬 양이 원체 적어서 중학생쯤 되는 큰 애들이 초등학생 정도 애들 것을 빼앗아 먹기도 했어요. 힘이 없으면 그냥 당하는 겁니다. 넉넉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인데, 초등학생 애들도 서네번 떠먹으면 식사가 끝날 정도로 양이 적었어요.(1963년 9살에 입소해 1968년 14살에 퇴소한 김영배씨)"

먹을 것이 없어 주변 산을 뒤져 닥치는 대로 살아있는 것을 잡아 먹었다.

선감학원 진실화해위 기자회견 (15)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근식 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2.10.2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그 일대에 쥐, 뱀, 개구리, 메뚜기가 없었어요
우리가 하도 잡아먹어서요
생식도 많이 했습니다
파뿌리 같은 거 눈에 띄면 뜯어 먹고
새순이 나면 나는대로 다 뜯어먹고
한참 배가 고플 나이니까 닥치는 대로 주워 먹었어요
(1967년 14살 입소해 1974년 21살 퇴소한 천종수씨)

경인일보가 확보한 1980년 10월 선감학원 아동급식 계획표를 보면 조식과 중식, 석식을 기준으로 매끼 밥과 국, 장아찌·마늘쫑, 김치·오이지 등 두가지 반찬이 구성돼 있지만 계획표에서만 가능한 식단이었다. 당시 아동으로 수용됐던 피해자들과 선감학원 근무자들 모두 현실은 달랐다고 증언한다.

"애들 먹는 식사관계서부터 안 좋죠. 수용시설에 준해 운영이 되었기 때문에. 예산지침 자체가 수용시설에 준해 있었어요. (1980년부터 82년까지 회계담당으로 근무한 직원)"



부실한 먹거리였지만 아동들이 감당해야 하는 노동 수준은 가혹할 만큼 강도가 높았다. 직업교육을 명목으로 목공반, 이발반, 양잠반 등을 구성해 놓았지만 사실상 논·밭농사, 양잠, 축산, 염전 등 강제노역에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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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가 경기도기록원 등을 통해 확보한 당시 선감학원 관련 문서들. 1980년 10월 '아동급식 계획표'. /특별취재팀

주7일·하루 10시간 이상 고된 노동
'학교교육 받았다' 응답 7.9% 불과
당시 경기도 '아동발달 저해' 인지
경기연구원이 2020년 선감학원사건 피해사례를 조사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1주일 중 7일 노동을 했다는 응답이 53.5%로 가장 높았고 6일이 32.4%, 5일 9.9% 순이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시간이었고 11시간 이상 노동했다는 응답도 23.9%로 적지 않았다.

노동시간이 10시간을 넘는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을리는 만무하다. 일부 아동들이 당시 선감국민학교를 다니기도 했지만 절반가량은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수용 중 교육경험을 묻는 질문에 46.1%가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고 답했고 선감학원 안에서 학교 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7.9%에 그쳤다.

선감학원15
9월 29일 오전 안산시 선감동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희생자의 유해 매장지 선감묘역에서 관계자들이 희생자의 유해 시굴을 하고 있는 모습. 2022.9.29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선감학원은 아동보호시설이 아니라 사실상 포로수용시설에 가까운 폭력적인 행태로 운영됐다. 문제는 경기도 역시 이 같은 운영방식이 원인이 돼 아동들의 정상지능 발달은 물론,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1979년 경기도가 작성한 선감학원 현황 및 사업계획 상에 '도서에 감금되어 있다는 강박감, 장기 외계 단절로 인한 정상지능 발달 저해로 장기 수용 아동의 전원조치'라고 명시됐다. 또 '기술자 확보 지난으로 정상교육이 불능, 수용아동의 지능으로 보아 교육 효과도 전무'하다며 축산부 폐지를 계획한 바 있다.

1980년 경기도 부녀아동과가 작성한 지방자치단체 보유 공공사업 사무 이관 및 위탁불하 촉구에는 '대부분 아동이 불우하고 극한적인 상황하에서 비정상적으로 성장해 정상적인 사고력 결여'됐다며 그 예로 '흡연, 도벽, 구걸, 자해, 불량성"을 거론했고 "방황의 여지, 독사사형, 흡연으로 인한 화재, 도주시 익사, 견물생심 도벽' 등도 문제로 적시했다.

이는 국가의 인권침해가 아동의 발달에 저해가 됐다는 점을 당시에도 '인정'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 관련기사 3면([선감학원 특별기획·(中)]무임금 착취에 일 못하면 뭇매… 고용위탁 도망치면 '수배령')

/특별취재팀

※선감학원 특별취재팀
정치부 공지영 차장, 신현정·고건 기자, 사회교육부 배재흥·김동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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