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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숨은보석 핫플을 찾아서·(19)] 몸도 마음도 추울땐 '화성 율암리 온천'
강기정 기자
입력 2022-12-05 18:57 수정 2022-12-05 19:01

뜨끈·시원한 노천탕 '풍덩'… 일상에 찌든 심신 사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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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일본 도쿄에 출장을 갔다가 인근 지역인 사이타마현에 간 적이 있다. 온천의 나라인 일본에서 유후인, 벳부, 노보리베츠 등이 온천 명소로 정평이 나 있지만 모두 도쿄와는 거리가 멀다.

사이타마현은 도쿄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출장 당시 숙소 중 한 곳으로 포함돼 있었다. 일본 온천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기대가 컸다. 크지 않은 온천 호텔에 짐을 풀고, 서둘러 찬 바람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러 갔다.

그러나 예상보다 인생 첫 일본 온천은 '소박'했다. 의자와 바구니 등이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라는 점 외엔, 한국에서 흔히 봤던 동네 작은 목욕탕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였다.

다만 노천탕에 몸을 담그는 순간 감흥이 일었다. 따뜻한 물과 겨울 찬 공기가 빚어내는 이질감이 새로웠다. 하얀 수증기가 새카만 밤하늘 위로 계속 피어올랐다. 그 사이로 총총 박힌 별이 보였다.

■ 노천탕에서 맞은 가을비,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던 특별함


화성 율암온천에 간 날엔 가을의 끝을 알리는 비가 유독 차갑게 내렸다. 몸도, 마음도 온기가 필요했다. 목욕을 하러 간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었다. 이전엔 겨울에 종종 동네 목욕탕에 가곤 했다. 몹시 추운 날, 몸은 물론 마음까지 얼어붙은 것 같은 날이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 한껏 온기를 충전했다.

율암온천엔 처음 가봤지만 명성은 익히 들어왔었다. 서울과 가깝고, 여러 온천이 있는 화성시 내에서도 정식 허가를 받은 1호 온천일 정도로 물이 좋다는 이야기 등이었다. 화려한 명성과는 달리 외관은 동네 목욕탕과 큰 차이는 없었다. 여러 개의 온탕·냉탕과 한증막, 세신을 받을 수 있는 공간 등 목욕탕 내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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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율암온천 외부 모습.

루이보스탕 같이 일반 목욕탕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온탕이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물이 좋았다. 몸에 닿는 따뜻한 물이 매우 부드럽게 느껴졌다.

율암온천에는 온천수에 대해 '지하 700m 암반에서 용출하는 천연 온천수로, 예로부터 눈병, 피부병, 관절염에 효험이 있다 해 목욕하고 치료하던 곳으로 전해져왔다' '알칼리성 성분이 매우 높은 물이라 미끄럽다. 불순물을 완전 제거, 정수해 더욱 미끄럽고 목욕 후에도 피부가 부드러워진다'는 홍보문구가 적혀있었다.

더 큰 특별함은 노천탕에 있었다. 목욕탕 가장 안쪽에 있는 문을 열자 노천탕에 갈 수 있었다. 야외엔 일반 온탕과 목초액탕 두 개가 있었다. 목초액은 나무나 숯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연기를 액화해 채취한 액체다. 피부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초액탕의 물은 진한 갈색이었는데, 마찬가지로 부드러웠다.

목 아래까지 탕 전체에 푹 담갔다. 머리에 느껴지는 공기는 찬데 몸은 따뜻했다. 사이타마현의 어느 노천탕에서처럼 하얀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화성시 정식허가 1호 '율암온천' 좋은 물 명성
지하 700m 암반 용출수 눈·피부·관절염 효과
노천 온탕·목초액탕, 눈·비 올 때 특별한 경험

'참숯가마 찜질방' 원적외선 노폐물 배출 탁월


지붕이 있는 목초액탕에 있다가 일반 온탕으로 옮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가랑비가 내렸다. 차가운 빗방울이 따뜻한 온천으로, 그리고 무방비 상태인 몸으로 떨어졌다. 비가 내리는 양이 차츰 더해지기에 목초액탕으로 비를 피했다.

비가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노천탕에서 온천욕을 하는 것은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었다. 이날,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던 특별함이었다.

좋은 물 못지 않게 율암온천이 자랑거리로 앞세우는 것은 참숯가마 찜질방이다. 율암온천 입구엔 '참나무 숯가마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은 일반 열보다 피부 깊숙이 스며들어 피부 내 노폐물을 빼내어 윤기 있고 탄력있게 한다'고 적혀있었다.

찜질방은 야외로 나가야했다. 몇 개의 방으로 구성돼있었는데 내부 온도에 따라 저온실과 고온실, 초고온실로 나뉘어 있었다. 찜질방 내부는 마치 굴과 같은 형상이었는데, 넓지 않은 내부가 열기로 가득했다. 야외에 몇 개의 찜질 공간을 만들어놓은 구조여서, 굴에서 나오면 곧바로 찬바람을 맞을 수 있었다. 벌개진 몸이 늦가을 바람에 빠르게 식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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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암온천엔 가족 단위로 찾은 이들이 많았다.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동네 목욕탕을 가는 일이 주말 오후 '고정 스케줄'이었던 것처럼, 서울과 멀지 않은 율암온천에 가족, 연인, 친구와 주말 오후 시간 가벼운 마음으로 목욕 바구니를 챙겨 삼삼오오 방문하는 듯했다.

코로나19 감염 등이 불안하다면 온천 호텔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율암온천 인근엔 독립된 공간에서 온천수를 즐길 수 있는 호텔들이 있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온천욕을 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 온천 후 욕실 테마 카페에서


율암온천과 멀지 않은 곳엔 또다른 온천인 하피랜드가 있다. 하피(HAPY)는 'Happy Area in Paltan Yulam(팔탄면 율암리의 행복한 공간)'의 약자라고 한다. 이국적인 외관이 단번에 시선을 끈다. 외부는 물론 내부 역시 이집트 벽화와 스핑크스 등으로 장식돼있다.

율암온천 물만큼 미끌거리진 않지만, 하피랜드의 온천수도 일반 물보다는 부드럽다. 실내에 찜질방과 목욕탕이 모두 있다. 찜질 공간이 율암온천보다 넓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을 위해 놀이공간도 잘 마련돼있었다. 하피랜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워터파크인데 휴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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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율암리에 있는 온천 '하피랜드' 내부 모습.

하피랜드, 이국적 외관 가족 놀이공간 잘 갖춰
카페 로얄엑스, 욕실 테마·전시 공간 등 '눈길'


하피랜드 맞은 편엔 온천 마을인 율암리와 제격인 카페 로얄엑스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욕실 관련 제품 기업 중 한 곳인 로얄앤컴퍼니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엔 로얄앤컴퍼니 본사와 제조 공장, R&D센터, 연수원 등과 더불어 로얄엑스가 있다.

로얄앤컴퍼니가 운영하는 곳인 만큼 욕실을 테마로 카페를 만든 게 특징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욕실, 뽀송뽀송해 보이는 가운, 은색의 수도꼭지와 민트색의 비누 등이 그림으로, 장식으로, 휴식 공간으로 카페 곳곳에 놓여있다. 베이커리 카페인 만큼 커피와 빵을 즐길 수 있었는데 디저트뿐 아니라 파스타와 샌드위치 같은 식사 메뉴도 주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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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을 테마로 한 카페 '로얄엑스' 내부 모습.

한파 속 첫 눈이 내렸던 날, 하피랜드에서 온기를 한껏 충전한 후 바로 맞은편 로얄엑스를 찾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몸은 노곤노곤한데, 아이스아메리카노의 쨍한 차가움이 가져다주는 이질감이 좋았다.

카페 로얄엑스 아래층엔 전시 공간이 있다. 방문했을 땐 화성시가 주최하고 화성ICT생활문화센터가 주관하는 '퍼플마블'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가족과, 연인과 온천욕을 즐긴 후 커피 한잔과 함께 전시를 봐도 좋을 듯하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해다. 국내·외, 분야를 막론하고 대혼란과 참사가 반복됐다. 그리고 어느새 겨울이다. 이미 움츠러든 몸과 마음이 추위에 구겨질대로 구겨지는 요즘이다.

멀지 않은 곳에 화려하진 않아도 잠시나마 몸과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율암리 온천이 있다. 뜨거운 곳에서 온천욕을 즐긴 후 힙한 곳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여러모로 '핫플'이다.

글·사진/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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