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상에 따라 다르게 빛났던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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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는 흑유를 시유한 자기를 통칭하는데, 흑유에는 철분 함량이 높은 흙과 나무의 재가 사용된다. 갈색부터 녹갈색, 흑갈색, 칠흑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빛깔을 내는 흑자는 삼국시대 전후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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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자박물관 기획전 '흑자: 익숙하고도 낯선, 오烏' 전시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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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자박물관 기획전 '흑자: 익숙하고도 낯선, 오烏' 전시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
하지만 조선 후기에는 파주, 포천, 가평에 전용가마가 생길 만큼 수요와 생산량이 늘었다. 이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 속에 흑자가 익숙하게 자리 잡았다는 것을 방증하는데, 김홍도와 김득신, 신윤복의 그림에서도 흑자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용이 새겨져 있는 흑유용문편병, 의자나 화분 받침으로 쓰였을 용문돈을 비롯해 흑유병, 흑유호, 흑유항아리 등을 통해 당시 조선에서 흑자가 어떠한 용도로 쓰였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전시장 중앙에 펼쳐지는 영상에는 "까마귀에게는 일정한 색깔이 없다. 내가 눈으로 그 빛깔을 정한 것"이라고 한 연암 박지원의 글을 통해 흑자(오자)가 가진 색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볼 수 있다. 검은색을 하나의 색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 그 속에서 여러 빛깔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인식에 대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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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자박물관 기획전 '흑자: 익숙하고도 낯선, 오烏' 전시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
이후 일제강점기에 이르러서는 시대적 상황이나 선호도를 반영한 흑자들이 생산됐다. 외세에 의한 타율적 산업화와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자율적 의미의 맞물림, 산업과 예술의 과도기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흑자는 전통의 변화와 근대 도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흑자를 통해 세상을 좀 더 넓게 바라보는 동시에, 그동안 주목하지 못했던 낯섦을 찾아 재조명해 볼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26일까지 이어진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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