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사물… 꼬리 무는 질문
차기율 作 '사유(思惟)'. 2023.2.24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이 같은 풍경을 처음 마주하게 되면 머릿속에 물음표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공간 듬 홈페이지의 설명을 빌리면 '순환하는 사물과 그와 관련된 추상적 개념에 대해 생각하는 전시'라고 한다.
또 옛 인간이 사물을 구성하는 다섯 개의 원소라고 여긴 불(火)·물(水)·나무(木)·쇠(金)·흙(土)과 인류의 기억, '역사적 연결고리'가 어떤 방식의 그물망으로 연결되고 전개되어왔는지,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하려는 '프로젝트'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설치미술가 차기율의 '사유(思惟)' 전이 열리고 있는 공간 듬(인천시 미추홀구 주승로69번길 22) 전경. 2023.2.24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
차기율은 그동안 '부유하는 영혼', '땅의 기억', '사유의 방', '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 사이' 등의 주제로 작업을 선보여왔다. 생명과 순환, 인간과 자연, 문명, 모든 존재가 가진 기억 등이 그의 고민이자 작업의 주제다. 차기율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업을 대할 때 감상자가 알쏭달쏭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를 들면 전시장에 제시된 워딩(텍스트)은 작가가 "'침식된 대지', '해안에 쌓인 모래'에 대해 당신(감상자)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관객은 이 질문에 생각하고 고민하면 된다. 꼭 답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그의 작업들은 어찌 보면 '찰나의 파편'일지도 모른다. 작가도 자신의 '프로젝트'에 결론을 내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진행 중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차기율은 "작가가 결론지어서 이야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관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고, 환경과 생태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자연이라는 존재와 이 문명에 대한 물음인 경우도 있다"면서 "감상자 나름대로 메시지(질문)를 느끼고 생각해보면 된다"고 했다.
차기율 작가는 지난해 제7회 박수근 미술상을 받았다. 오는 6월 박수근 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앞두고 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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