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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개편에 술렁이는 IT·게임업계

김동한
김동한 기자 dong@kyeongin.com
입력 2023-03-07 20:04 수정 2023-03-0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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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하자(3월7일자 2면 보도=정부,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 개편… "경영애로 해소"-"사업주만 고려") 이른바 '판교 등대'가 부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IT·게임 업계에선 개발자들이 고강도로 야근·특근에 나서는 '크런치 모드'가 재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에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기존 주 52시간제를 손질해 업무량이 많을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 + 최대 연장 12시간)의 최대 연장 12시간의 틀은 유지하지만,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전체 노동 시간을 관리해 주 단위 노동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최대 69시간' 발표 환영 속 우려… 2017년 개발자 사망으로 도마 올라
마감 앞두고 고강도 업무 의미… "요새 안 그래 vs 지금도 존재" 충돌


경제계는 환영의사를 밝혔는데, 특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및 게임 출시 직전에 업무량이 몰리는 IT·게임 업계에선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동안 주 52시간제로 근무 시간을 경직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앱·게임 등의 출시일이 늦어져 손해를 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개발자들 사이에선 '크런치 모드' 재확산 조짐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크런치 모드는 프로그램 개발 마감을 앞두고 수면 등을 포기하면서 진행하는 고강도 야근 및 특근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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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제도 개편 예고에 IT·게임 업계에선 개발자들이 고강도로 야근·특근에 나서는 '크런치 모드'가 재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늦은 밤까지 불이 켜진 판교신도시 테크노밸리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경인일보DB

2017년 한 유명 게임사 개발자가 과로사하면서 도마에 올랐고, 크런치 모드를 탈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IT 업계에서 형성됐다.

이후 2018년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이런 크런치 모드도 감소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서 '크런치가 있다'라고 답변한 게임 개발자 비율은 2019년 60.6%에서 2020년 23.7%로, 2021년엔 15.4%로 점차 줄었다.

이에 개편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IT업계에서 심화되고 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개편안이 추진되면 크런치 모드가 재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를 알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요새 기업 문화에서 그렇게까지 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지회장은 "지금도 업계 전반적으로 크런치 모드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판교 등대'가 재현될 것이다. 업무 시간을 늘리는 대신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론을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침체된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개발자들이 충분히 창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근로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최근 업계가 힘들다 보니 이번 개편안이 단기적으론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진 모르겠다. 개발자들이 자기 계발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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