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놓친 '수원 전세사기'
2022년 9월, 일당 3명 신고 접수
'바지 임대인 정황' 녹취 등 제출
1명 해외도주… "초기수사 부실"
警 "혐의점 찾기 어려운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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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남부경찰서 전경. /경인일보DB |
"처음 신고했던 2년 전부터 조직적 일당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직접 수집한 자료들을 경찰에 제출했었어요."
최근 18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4월9일자 7면 보도=가게 종업원 꾀어 '바지 임대인'… 눈덩이 대출 굴렸다)받은 일당 앞으로 추가 고소가 수백억대로 늘어나는 가운데, 피해 임차인들은 현재 해외 도주 중인 공범에 대해 최초 신고부터 총책이자 주범으로 지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해당 인물이 주범이 아니란 이유로 출국금지 조치조차 내리지 않았던 탓에 초기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경찰과 피해 임차인 등에 따르면 강모(40대·여)씨와 김모(30대)씨, 이모(40대)씨를 대상으로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지난 2022년 9월이다. 당시 수원시 권선구 한 다세대주택 임차인 A씨는 임대인이 1억6천만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목적으로 잠적했다며 수원남부경찰서에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아직 보증금 만기 시점이 아니니, 만기 이후 피해가 현실화되면 고소를 접수하라는 취지로 안내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이후 3개월 뒤 A씨 등 보증금을 못 받은 임차인들은 2022년 12월 이씨·강씨·김씨를 사기 혐의로 정식 고소했다.
A씨 등은 최초 신고부터 일당의 역할과 관계를 특정해 자료를 제출했다. 고소장을 보면 임차인들은 이씨를 '부동산 실소유자로 알려진 자'로 지목하며 "(신축 임대)사업의 실제 수행 주체는 이씨이고, 이씨가 자력이 없는 김씨에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고 임차인들과 계약을 체결하게 하여 전세보증금을 편취했다"라고 했다.
그 근거로 건물 관리인의 폭로 녹취록과 등기부등본 등을 첨부했다. 이 내용은 재판 과정에서 강씨가 이씨와 함께 범행을 모의했다고 진술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또 이씨가 소유한 수원시 권선구 다른 다세대주택 2채의 정보와 근저당 규모 등을 특정하면서 이씨가 피해 건물과 유사한 방식으로 여러 건물 사업을 벌여왔다고 주장했다. 이 두 채는 실제 이씨가 해외 도피 직후 피해가 접수됐던 70억원대 고소장에 포함된 다세대주택들이다.
결국 해외 도피시점 기준 11개월여 전부터 이씨의 추가 혐의까지 인지할 수 있었지만, 주범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출국금지조차 내리지 않았다가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경찰은 구속된 강씨와 김씨에 대해서도 한동안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다 송치 직전인 지난해 중순에서야 신병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강씨와 이씨의 바지 임대인으로 밝혀진 피의자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어 추정 피해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죄는 계약 당시 임대인의 지불의사나 능력 등을 따져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나 전세사기는 그 특성상 혐의점을 찾기 어려워 적극 수사에 한계가 있다"면서 "연관성을 부인하다가 수사 결과 바지 임대인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어 명확히 강씨·이씨 관련 사건의 고소 건수와 피해액을 확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산·김지원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