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멈춰버린 16년, 방치된 상흔
규제 유명무실… 피해 증가 실정
백두대간과 달리 법적 조치 미비
환경부 가이드라인도 효력 없어
생태축 복원 사업서도 대상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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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환경부의 '백두대간·정맥에 대한 환경평가 가이드라인' 도입에 앞서 사업 승인된 양주 회천·옥정신도시 모습. 환경부 가이드라인 도입 전 개발 승인돼 대규모 훼손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계획상 변동 없이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사업을 완료한 모습이다. /기획취재팀 |
한북정맥 훼손 실태를 진단하고 이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유명무실한 조치들만 반복돼 개발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특히 일찌감치 법률로 보호받아 온 백두대간과 달리 정맥을 비롯한 중소규모 산줄기들은 각 기관에 권한과 책임이 분산된 탓에 일관된 관리가 어렵고,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 '유명무실 규제'… 방치된 누더기 산줄기정맥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실질 규제는 2010년 환경부가 마련한 '백두대간·정맥에 대한 환경평가 가이드라인'이 처음이었다.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백두대간법)'로 보호받는 백두대간과 달리, 정맥은 능선 구간조차 설정되지 않아 개발을 제한할 뚜렷한 근거가 없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정맥 능선축을 중심으로 좌우 300m 이내 영역에서 추진되는 개발사업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지형 훼손을 최소화하도록 규제하는 지침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침이 마련됐음에도 한북정맥 능선의 개발사업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20년 한국환경연구원의 '환경평가 지원을 위한 주요 능선축 개발계획 분석' 연구자료를 보면, 한북정맥 능선축 146.2㎞의 직접영향권(능선축 좌우 300m 이내)에서 43건의 개발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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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환경평가 지침이 애초 강제성이나 구속력을 갖추지 않은 '안내서 수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보호구역에서 금지되는 개발사업 유형 등을 규정하긴 했으나, 강제로 금지할 효력은 없었다. 더구나 지침 마련 전 개발 승인돼 충분히 대규모 훼손이 예상됐던 구역에 대해서도 별다른 소급조치가 없었던 한계도 있었다.
실제 이 같은 환경평가 도입에 앞서 사업 승인된 양주 회천·옥정신도시는 계획상 변동 없이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사업을 완료했다.
헐거운 지침 탓에 실제 특정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진 경우도 있다. 환경부는 2020년 용인시의 반도체산업단지 조성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남정맥' 일부 능선축이 사업부지에 포함됐음에도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안성지역 환경단체들이 훼손 방지 가이드라인을 이유로 들며 반발했으나, 차후 유관기관 상생협력 협약이 체결되면서 사업은 그대로 추진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평가는 환경평가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고, 가이드라인은 이 절차 중 참조할 내용을 안내하는 것이지 의무 이행사항을 규정한 개념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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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 능선면에 자리잡은 양주 유양공단. 백두대간이 법적 보호를 받는 것과 달리, 이곳의 정맥 능선은 개발행위 제한 등의 ‘울타리’ 밖에 방치돼 있다. /기획취재팀 |
■ 실질적 보호는 없고… 복원 대상서도 빠져백두대간에서 뻗어나는 9개 정맥(남한 지역)이 법적으로 구역이 지정되고 보존 가치가 명문화된 것은 4년 전이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생긴 것 외에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실질적인 보호를 받는 정맥은 전국에 단 한 곳도 없다.
2005년 백두대간법 공포 직후 '백두산부터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라는 정의와 함께 지정·고시된 백두대간 구역은 보호지역이 여의도 면적의 600배(2천700㎢)에 이른다. 해당 법은 백두대간 보호를 위한 주무장관의 책임과 백두대간에서의 개발행위 제한 등을 담고 있다.
산림청이 이와 별개로 절단된 산줄기를 복원하는 '백두대간 생태축 복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한북정맥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주관 지자체 공모사업으로 진행되는 백두대간 생태축 복원사업은 오는 2029년까지 전국 22곳이 완료될 예정인데, 시급성이나 복원 가치에 따른 적합성 심사 등을 거쳐 한정적으로 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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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 위를 가로질러 세워진 양주고읍지구. /기획취재팀 |
산림청 관계자는 "각 지자체로부터 공모를 받아 매년 산림보호계획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정맥은 보호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상이하고 관심도도 떨어져서 백두대간에 비해 복원 대상지가 적은 것"이라며 "그렇다고 정맥이 복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얼마든 선정될 수 있다"고 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최재훈 본부장(지역사회부), 조수현·김산 기자(이상 사회부), 임열수 부장(사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