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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환경적 가치 '3조원대'… 보물 지키기 "지금이 골든타임"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3-2)]

입력 2024-05-08 20:31 수정 2024-06-07 15:34

산줄기와 함께 잘려나간 한북정맥 보전 가치


남한전체 정맥 가치 80% 비중 차지
개발훼손에도 상대적 중요성 높아
관리 필요성·보전 노력 강조 시점
사회적 인식 부족·규정미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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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로 훼손된 정맥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보전이 양호한 한북정맥의 보전관리 체계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연간 환경가치가 3조원 가량에 달하는 한북정맥의 한 등산로. /기획취재팀

한북정맥의 환경가치가 금액으로 연간 3조원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한 지역 전체 9개 정맥 가치를 합산한 값의 8할에 가까운 비중이며, 과거 조사 결과 대비 2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난개발로 이미 훼손된 정맥들 가운데에서도 상대적으로 잔존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만큼, 정맥 관리체계를 정립해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림청은 지난 2009년부터 백두대간 정맥에 대한 자원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는 정맥 방문객과 정주민 대상 표본조사 및 산림환경 보존가치 연구 결과 등을 종합해 금액으로 가치를 환산하는 가상가치평가(CVM)법이 적용됐다. 정맥(남한 지역)들은 6개 권역으로 나뉘어 6년 주기로 실태조사가 진행 중이다. 2014년 1차기, 2020년 2차기 실태조사가 마무리된 뒤 현재 3차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북정맥에 대한 가장 최근 조사는 2020년 진행된 2차기 실태조사다. 이때 한북정맥의 연간 환경적 가치는 금액으로 3조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북정맥을 1회 방문할 때 얻는 가치로 환산하면 1인당 25만원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는 전체 정맥들의 2차기 조사 가치평가액 합산값(3조9천670억원)의 77.1%로, 압도적인 비중으로 나타났다. 6년 전인 2014년 1차기 가치평가액(1조5천억원)에 비해서도 2배가량 가치가 상승했다.

이는 한북정맥이 수도권과 접해 경험 가치가 높은 데다, 난개발로 훼손된 정맥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보전이 잘 이뤄진 결과로 해석된다.

경기 남부지역을 지나는 한남정맥은 같은 2차기 실태조사에서 연간 가치가 3천5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북정맥의 11.6%에 불과해 큰 차이를 보였다. 한남정맥 능선의 90%가량은 개발 등으로 인한 훼손지로 평가된다. 산림청은 한북정맥 가치 상승에 대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전이 잘된 숲으로 접근 가능한 점 등이 가치 상승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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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높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보전 전망이 불투명한 건 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개발로부터 보호할 규정이나 지침이 허술한 데다 복원사업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탓이다. 특히 정맥의 존재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턱없이 낮은 점도 과제로 꼽힌다.

같은 실태조사에서 한북정맥 이용자(방문자·인근 정주민) 36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백두대간을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3.4%(195명)이었던 반면 한북정맥 인지여부에 대해서는 18.9%(69명)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환경적 가치뿐 아니라 인문·역사학적으로 백두대간에 준하는 문화적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백두대간에 치우쳤던 보전 노력이 정맥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김우선 백두대간인문학연구소장은 "정맥은 4년 전 법적 보호 대상에 편입됐음에도 별다른 후속조치가 이뤄진 것이 없었고, 되레 여태까지 난개발에 가까운 훼손이 이어지면서 더이상 손 쓸 수 없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조적인 분위기마저 감지된다"며 "산경표에서 정맥이 하위 개념으로 규정됐지만, 그 전체가 결국 백두대간이며 국가 차원의 문화자산이다. 경제적 환산가치 뿐만 아니라 산줄기에 얽힌 고유의 역사를 이어가는 차원에서라도 적극 보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최재훈 본부장(지역사회부), 조수현·김산 기자(이상 사회부), 임열수 부장(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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