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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유진주
유진주 yoopearl@kyeongin.com
입력 2024-05-26 19:22 수정 2024-05-2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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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대학 시절 학회(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학회원 소개 영상을 만든 적이 있다. 영상의 콘셉트는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뮤직비디오. 닫힌 셔터가 즐비한 골목에서 하염없이 걸으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 콘셉트를 패러디하기로 했다.

그 즉시 촬영지 물색에 나섰다. 영상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선 '인천'이면서도, '오래되고 낡은' '허름한' '뒷골목' '인적이 드문' 곳이 필요했다. 회의 끝에 찾아낸 장소는 바로 동인천역. 우리가 원한 키워드를 충족하기에 그만한 곳이 없었다. "유레카!"를 외치며 송현자유시장과 중앙시장, 배다리마을 등 동인천 곳곳을 누비며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 졸업 후 한동안 인천을 떠나 있었다. 그렇게 수년 후 경인일보에 입사해 취재차 동인천역을 다시 찾았다. 오랜만에 마주한 동인천역은 과거 내 기억 속 모습과 크게 달라져 있지 않았다. 여전히 허름하고, 인적이 드물었다. 시장 상인들은 비라도 내리는 날엔 뭐 하나 부서지고 무너질까 걱정하고 있었고, 젊은이들의 혈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간 동인천역 일대에는 개발·발전을 위한 움직임이 수차례 있었다. 그러나 추진되는 사업마다 번번이 무산되며 10여년 동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동인천역 일대는 침체의 늪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그나마 민선8기 인천시 들어 다시 동인천역에 대한 움직임이 시작돼 다행이다. 인천시는 인천도시공사와 함께 동인천역 일대를 전면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앞세우고 현재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개발계획 수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동인천역 남쪽에 있는 민자역사도 유치권 관련 소송에서 최근 재판부가 국가철도공단의 손을 들어주며 철거의 길이 열렸다.

동인천역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매번 개발사업을 한다는 말만 있고 제대로 진행된 건 하나도 없다"고 푸념했다. 이번엔 과연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동인천역 일대가 '오래되고 낡은' '허름한'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벗어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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