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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경기도박물관 경기도 무형유산 특별전 '극락 Paradise'

구민주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입력 2024-08-28 18:59 수정 2024-08-28 19:30

불교 '괴로움 없는 즐거운 세계' 역사·현대 재조명


'상원사 종 재현품' 주성장 정동후 제작
안성금 작가 '부처의 소리' 첫 대중 공개
나전칠기장인 제작 소반·합 독특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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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열 나전장의 '나전 봉황도 소반'.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유산' 무형유산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진다. 오랜 시간과 노력은 물론, 무형의 정신을 담아 만들어낸 결과물은 시대를 막론하고 동시대에서 추구하는 예술과 그 본질이 맞닿아 있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선보이는 2024 경기도무형유산 특별전 '극락 Paradise'는 경기도의 무형유산 71종목 가운데 불교와 관련 있는 7종목을 소개한다. '극락'이라는 전시 주제는 불교에서 말하는 사후세계, 즉 '괴로움이 없는 즐거운 세계'를 뜻한다. 동시에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내 마음 속 지극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종교 이전에 생활 문화와 전통에 뿌리내린 불교, 그것을 바탕으로 한 무형유산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장인과 역사유물, 현대미술이 다채롭게 연결돼 있다. 또한 무형유산의 예술성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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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후 주성장의 '상원사 동종 재현품'.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전시는 큰 울림에서 잔잔한 진동으로 퍼져나가는 동종에서 시작한다. 통일신라 범종의 전형적인 형식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범종인 상원사 종의 재현품으로, 경기도무형유산 주성장 정동후가 만들었다.

위가 좁고 배 부분이 볼록한 범종의 꼭대기에는 한 마리의 용이 목을 구부리고 입을 벌리며 마치 종을 물어 올리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경기도무형유산 불화장 이연욱은 칠장사 오불회 괘불도를 재현했다.

불화장은 불화를 그리는 규칙을 배우며, 불교의 가르침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 그림과 하나 되는 훈련을 한다. 칠장사 오불회 괘불도는 삼신불을 중심으로 삼세불을 조합한 그림이다.

노란 배경에 모란당초무늬로 장식된 광배가 그려진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다섯 부처가 그림 안에 모여 있는데, 사람들의 모든 소망과 의식을 한 번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은 현대적 색상으로 전체적인 분위를 맞추며 장인만의 해석을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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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금 작가의 '부처의 소리', '부처의 소리-고행'.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안성금 작가의 작품 '부처의 소리'는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되는 작품이다. 반으로 갈라져 있는 불상은 사람이 고행을 통해 부처가 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진다. 불상은 어깨와 팔 근육, 손의 모양이 사람처럼 세밀하게 표현돼 있다. 나뉘어진 불상의 사이에 앉아 맞은편의 작은 불상을 바라볼 수 있는 체험이 특별함을 더한다.

볼수록 깊이 있는 황홀감을 전하는 칠공예의 정수도 만날 수 있다. 경기도무형유산 생칠장 송복남의 작품 '발우'는 8번의 정성스런 옻칠로 그릇 전체에 색이 은은하게 퍼져 있다. 매끈하게 생긴 둥근 그릇 하나에도 광채가 흘러내려 시선을 머물게 한다.

이와 함께 나전칠기장인 김정열(나전장), 배금용(칠장)이 보여주는 소반과 합은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빛내고, 화각장 한춘섭의 화각 함 재현품은 쇠뿔을 얇게 펴 색으로 장식해 만들어진 화각의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전라북도무형유산 옻칠 이수자인 유남권 작가의 '응집된 획', '지태칠기', 'Untitled' 작품은 종이에 켜켜이 더해진 옷칠로 전통에 현대적 미감을 더하며 새로운 작품 세계를 이룬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 시대의 모습을 담아내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그려내는 경기도무형유산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0월 20일까지 계속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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