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일손 보강·양질 서비스 제공
'치료의' 새로운 제도 도입 제안
정부, 상정 정원급증 백지화 바라
의사·간호사협회도 검토·논의
'한국식 선진 의료체계' 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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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만 정책가(군사학 박사과정 수료)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다. 의술을 배우고 익히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뜻으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에서 유래한다. 한 사람의 의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15년 내외의 세월과 정력과 비용이 들어간다. 한 사람의 의사가 평생을 건 인애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여러 해 인고의 시간을 견뎌 낸 다음인 것이다.
애초부터 의과대학 정원 2천명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료의 공급자 의사와 수요자인 국민 사이에 정부가 끼어들어 의료대란이 발생하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죽어갈지 알 수 없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다는 보건의료정책이 역설적 결과를 낳고 있다. 도대체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본질은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사의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의료계의 일반적 면허 또는 자격제도를 보면 의사(한의사 포함),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3원 체제로 되어있어 법적으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질병을 치료하는 건 불법이다. 의사의 업무는 질병의 진단, 처방, 치료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의사가 다년간 쌓은 고도의 지식과 경험과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진단과 처방이다. 치료는 진단과 처방에 따라 수행하는 기능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PA간호사 제도의 도입에서 보듯 의사가 사실상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도움을 받아 시행해 왔다.
여기서 의사의 치료행위에 필요한 일손을 실질적으로 보강하여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간호사의 자기 발전 욕구를 충족해주며, 격오지의 의료접근성을 개선하고, 필수의료를 보강(의료수가 상향 조정 병행)하는 방법으로서 '치료의'라는 새로운 제도(치료조무의)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치료의는 간호사로서 해당 과목에서 소정의 경험을 쌓은 사람이 당해 분야 의사의 추천을 받아 의과대학에 지원하고, 제반 자질과 능력을 종합한 전형으로 선발하여 2년의 교육을 필한 자로 한다. 치료의 과정은 전문 과목에 특화해 실무 위주로 하고 응급치료 과목도 개설한다. '치료의' 제도와 과목별 정원 등은 '치료의' 수요측인 의사단체와 정부 간의 합의로 정하도록 한다.
간호사 경험을 바탕으로 특정 과목에서 발군의 실력을 쌓은 치료의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의사의 위임·지도·고용·계약하에 일정한 치료행위를 하게 된다. 의사 개인은 업무의 상당 부분을 치료의에게 맡길 수 있고, 진단과 처방, 첨단 치료, 의학 연구에 보다 집중할 수가 있다. 치료의는 의사와의 계약·위임을 통해 격오지에서 환자와 밀착된 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다. 치료의가 뒷받침하면 의사는 필수 과목 진입이 보다 용이해지고, 생애의 후기까지 인애의 사명을 다할 수가 있다.
국가와 사회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어느 한 부문에 치중하면 전체적 조화와 균형이 깨진다. 우수 학생의 의대 편중 지망이 극심한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갑자기 2천명씩 늘리면 우수 학생이 다수 빠져나갈 것이다. 인공지능(AI), 양자과학, 정보통신, 생명과학, 원자력, 우주, 해양, 국방과학 등 이공계 인재가 진출해서 연구·개발해야 할 분야와 일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기초과학, 전략산업, 미래산업 등 여러 가지 부문에서 고급 인재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여 국민소득을 늘리고, 그 소득으로 국민 건강과 선진 의료체계를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의료는 선진국 수준으로 국민의 만족도도 높다. 필수 의료과목의 소외, 지방 의료서비스의 접근성 결핍 또한 사실이지만 그저 의사 숫자를 늘린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정부는 문제의 본질을 숙고하고 상기 치료의 제도 도입을 상정하여 의대 정원을 급격히 늘리는 것을 백지화하기 바란다. 의사협회와 간호사협회도 치료의 제도를 열린 마음으로 검토·논의하여, '한국식 선진 의료체계'를 정립할 것을 부탁한다.
/김익만 정책가(군사학 박사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