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을 넘어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은 올 3월 기준 3만4천121명에 달한다. 지난 8월 강화군 교동도로 부자(父子)가 귀순했는데, 의족을 찬 '영예군인' 아버지는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고 말았다. 특별대우를 받는 '영예군인'조차 탈북할 만큼 북한의 경제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2016∼2020년 탈북한 북한 주민 10명 중 7명(72.2%)은 탈북 전 1년간 식량 배급을 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고질적 경제난 속에 북한의 배급 체제가 붕괴된 지 오래다.
탈북민은 정보 당국의 조사를 거쳐 안성·화천에 위치한 하나원에 입소하게 된다. 12주 과정의 사회 적응 기초교육을 마치면 초기 정착지원금 1천만원을 받게 된다. 2022년까지 8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900만원, 올해 1천만원으로 인상됐다. 내년에는 1천500만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하지만 일시금이 아니라 분할 지급된다. 설상가상 하나원을 나오자마자 탈북 브로커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착금을 내어주면 빈손이다. 주거 알선 등 도움을 받지만 무한 경쟁사회는 가혹하고 냉정하기만 하다.
30대 탈북민 A씨가 1일 버스로 통일대교를 건너려다 실패했다. A씨는 이날 오전 1시쯤 파주 문산읍의 한 차고지에서 마을버스를 훔쳐 통일대교 남단까지 내달렸다. 통일대교 남단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초병의 제지도 무시한 채 버스를 몰다가 바리케이드를 들이받고서야 멈춰섰다. 결국 A씨는 절도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0여년 전 탈북해 서울 신림동에서 살던 A씨는 "남한살이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단다.
국가인권위원회 '2023 북한이탈주민 위기가구 인권 실태조사'를 보면, 차별 등 무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다는 답은 31%에 그쳤다. 또 '2023 인권의식 실태조사'에서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 소수자 중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선출직 공무원이 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응답이 66.2%나 됐다. 탈북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각한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 2012~2022년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 탈북민은 31명이다. "탈북민은 한국인, 조선족에 이은 3등 국민입니다"라는 자조가 씁쓸하다. '먼저 온 통일' 탈북민과 더불어 잘 살아야 진정한 통일을 말할 수 있다. 자유의 공기만으로 탈북민의 고립과 아픔을 보듬을 수 없다. A씨가 '나 다시 돌아갈래'를 결심한 이유를 잘 살펴봐야겠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