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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아동학대 사건]선진국엔 없는 우리나라 입양 절차, 결국 일 키웠다

김동필 김동필 기자 입력 2021-05-12 18:40:59

화성에서 학대로 중태에 빠진 입양아는 '후진적인 입양규정'으로 인한 피해자다.

입양 선진국에선 있을 수 없는, '양부모 관점'에서 이뤄지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입양 방식이 문제인데, 이 문제를 알면서도 정부와 정치권 등은 관련 규정을 고치지도 않고 관행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입양은 해외 선진국과 다르다. 우리나라는 입양기관의 아동을 입양하는 것 외에도 양부모가 직접 보육시설 등에 있는 특정 아동을 지목한 뒤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하는 것을 허용한다.

후자의 방식은 해외 입양선진국에선 엄금한다. 양부모가 특정 아이를 선택해 입양하는 건 '아동이 중심이 되는 입양'이란 대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민·관 모두 공적 심사기구를 통해 입양이 이뤄진다. 즉 양부모가 아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아동에 맞는 보육환경을 가진 양부모를 기관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도 입양기관 아동은 양부모가 아동을 특정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양부모가 입양을 희망하면 기관에서 양육환경과 부모의 성향 등을 먼저 파악한다. 그 뒤 기관에서 보호 중인 아동이 올바르게 자라기 좋은 양육환경을 가진 양부모에게 아이를 매칭(결연)한다.

반면 화성에서 학대받다 중태에 빠진 2세 입양아는 후자의 방식으로 입양됐다. 양부모는 지난 2019년 아동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아동을 본 후 입양을 결정했다. 아이의 보육환경이 아닌, 양부모의 선택에 따른 입양이었던 셈이다.

정부도 이 같은 우리나라식 입양 규정의 맹점을 인지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헤이그 입양협약이라 불리는 '국제입양에 관한 아동의 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에 가입해 입양절차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고자 한다.

하지만 번번이 법안 발의 단계에서 무산되는 게 현실이다. 국회엔 여러 '입양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채 묶여 있다. 이중 최종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공적심사기구인 '입양적격성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에 더해 입양아가 만 12세가 될 때까지 지자체가 가정방문해 환경을 점검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 법안은 발의 후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보건복지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당시 검토에서 입양기관은 "이미 자격검증에 대한 절차는 있는데, 위원회를 구성하는 건 낭비이며 입양 동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지자체 가정방문에 대해선 "비공개입양이 많은 국내 입양문화를 고려하면, 입양 사실 노출을 꺼리는 입양 가정에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아이를 특정해 입양하는 걸 금지하거나, 허가하는 규정 자체가 없어 기관이 아닌, 개인이 접촉해 입양에 이르는 걸 관행처럼 진행해왔다"며 "해외는 특정 아이를 선택해 입양하는 걸 금하고 있고, 공적인 심사기구를 통해 원점에서 검토한 뒤 모든 입양이 같은 절차로 이뤄지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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