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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경기도 최연소 아너 소사이어티 27세 한승환 피넥터 대표

신선미 신선미 기자 발행일 2017-04-05 제9면

"아주 작은 나눔도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 일깨워"

한승환 경기도 내 최연소 아너소사이어티 인터뷰 공감용2
20대에 1억원을 기부하겠다는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면서 경기도 최연소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한승환 피넥터 대표는 젊은 층의 기부가 활발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책 출간과 함께 '버킷리스트' 실현… 27년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수험생 시절에도 봉사 이어와 중증장애인 활동보조때 많이 배워

당분간 일에 전념… 블록체인기술 더 많은 적용 위해 '바쁜 나날'
젊은층 살기 어렵다고 하는데 기부로 자존감 높이는 계기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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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위워크 빌딩에서 경기도 최연소 아너 소사이어티 한승환(27) 피넥터 대표를 만났다. 1억원을 기부한 20대 청년이라니. 그를 만나기 직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여유 있기에?'라는 삐딱한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나는 그만큼 여유가 없어서 못한다'는 질투 섞인 핑계도 대봤다.

하지만 그에게서 고액 기부자로서의 특별함을 찾으려 했던 것이 민망해질 만큼 그는 평범했다. 내 것을 떼어 누군가에게 나눠준다는 마음이 중요할 뿐, 기부금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는 너무도 당연한 그의 말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한 대표는 지난달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하면서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 경기 132호·평택 7호 회원이 됐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지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든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으로, 한 대표는 최연소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얻었다.

그는 "우연히 아너 소사이어티에 대해 알게 됐는데 많은 분들이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가입하는 모습에 감동 받아 30살 이전에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는 것을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삼았다"며 "다행히 버킷리스트를 실현했는데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것은 27년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크고 작은 기부를 계속 해왔다는 한 대표는 어릴 때부터 10년 넘게 봉사활동을 하며 주변을 돌아보고 돕는 것이 일상처럼 자연스럽다고 했다.

그는 "8살 때 부모님과 함께 어르신을 찾아가 소일거리도 도와드리고 어깨를 주물러드렸던 게 봉사의 시작이었다"며 "이후 20살이 될 때까지 수험생 시절에도 빼놓지 않고 10여년 간 봉사를 이어왔는데, 공부보다도 봉사가 사회에 더 필요한 일이고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성인이 되고 처음 했던 사회생활 역시 봉사였다. 막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바우처 제도가 도입되던 때로, 필요한 교육을 받은 뒤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인으로 4개월 간 봉사했다. 거동이 불편한 정도를 넘어서 아예 움직임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과 하루 종일 함께 하며 그들의 수족이 돼주는 것이다.

그는 "옷을 갈아입히려면 알몸도 봐야 하고, 식사나 용변을 전부 도와야 하니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처음부터 친밀감을 갖고 관계가 시작되는 것 같다"며 "깊은 부분까지 공유하다 보니 가족에게도 부탁하거나 말하기 어려운 것까지 나눌 수 있게 됐는데, 나는 작은 도움을 줬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내가 더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그간의 봉사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도 활동보조인 당시 만났던 중증장애인이었다. 한 대표는 "그림 그리기가 취미여서 초상화를 그려줬는데 굉장히 감동적이라며 좋아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주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분들도 많았다. 취미 삼아 주식을 열심히 했던 분도 있었는데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중증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공동모금회
지난달 10일 진행된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식. 한승환 대표는 경기지역 132호 회원이 됐다.

20대에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이룬 그의 다음 버킷리스트에는 어떤 항목이 오를까.

한 대표는 "기부를 많이 하자는 것과 책을 쓰겠다는 2가지가 20대 초반에 세운 버킷리스트였다"며 "곧 책도 완성될 예정이어서 버킷리스트를 전부 이뤘으니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깊게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당분간은 일에 전념하면서 여건이 될 경우 언제든 기부는 계속 하겠다는 것이 다음 목표라면 목표"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가 공동대표로 운영하고 있는 피넥터는 현재 핀테크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블록체인기술에 대한 연구와 개발,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한국 시장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확장시키고 해외에도 진출해 관련 산업을 건강한 방식으로 정착시키는 게 한 대표의 목표다.

한 대표는 "금융기관, 기업 등에 블록체인기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는데 이를 전문으로 연구하고 컨설팅하는 곳은 피넥터가 유일하다"며 "곧 소비자도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금융서비스를 만들 계획이고, 블록체인기술을 더 많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고민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대표는 자신과 같은 젊은 층의 기부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요즘은 젊은이들이 살기 어려운 때라고들 하는데, 그럴수록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많아야 한다"며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나로 인해 제3자가 조금이나마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결국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도 깨닫고 삶의 활력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억원이라는 금액을 기부하면서 사실 이 정도로 보람을 느끼고 기쁠 줄은 몰랐다"며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최대한 많은 이들이 기부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고 삶의 의미가 깊어지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사진/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 한승환 대표는?
▲ 1989년 평택 출생
▲ 2008년 송탄고 졸업
▲ 2017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 현) 피넥터 대표
▲ 현) Tendermint 고문이사
▲ 현) Cosmos 이사
▲ 현) Chronobank 전략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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