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70]기술과 미래사회에 대한 질문

경인일보 발행일 2017-05-31 제17면

2017043001002066100102851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인간과 기술,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은 가능한가? 윌리엄 깁슨(1948~)의 '뉴로맨서'(1984)는 인공지능과 트랜스휴먼이 보편화한 미래사회의 윤리와 문제점에 대해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사이버펑크 미래학이다. 알파고-이세돌의 세기의 바둑대결 이후, 인공지능(AI)은 이제 문학적 상상력이 아닌 현실의 당면 과제로 부상했다.

'뉴로맨서'는 매우 '핫'한 화제작이다. 휴고상 · 네뷸러상 · 필립 K. 딕상 등을 모두 석권했으며, 근미래에 닥칠 재앙적 미래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당시까지 생소했던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신조어를 널리 퍼뜨리는 기점이 됐으며, '공각기동대' · '코드명 J' · '매트릭스' 등 SF만화 및 영화의 원본이 됐다.

사이버스페이스란 인간의 두뇌와 신체의 각 부분이 컴퓨터 통신망과 연결됨으로써 형성되는 가상의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뉴로맨서'는 신경망(neuro)이란 단어와 조정자 · 마법과 연관성을 지닌 의미의 접미사(-mancer)를 결합한 신조어로 신경체계를 조작하여 정보를 캐내는 정보사냥꾼, 컴퓨터 카우보이, 해커를 가리키는 말이다.

주인공 케이스는 정보네트워크에서 정보를 해킹하는 컴퓨터 카우보이다. 고용주의 데이터를 훔치다가 신경망이 손상된 채 일본 치바의 어두운 뒷골목을 배회한다. 약물에 취해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아미티지라는 정체불명의 의뢰인의 부탁을 받고 사이보그인 몰리와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



의뢰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윈터뮤트라는 인공지능. 윈터뮤트는 새로운 정신적 인격체가 되기 위해 다른 인공지능인 뉴로맨서와의 통합을 꿈꾸며 이를 위해 케이스를 고용한 것이다.

케이스와 몰리가 활약하는 사이버스페이스는 다국적 기업이 구축한 정보네트워크로 1983년 윌리엄 깁슨의 초기단편들을 모은 작품집 '불타는 크롬'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다.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았던 '코드명 J'의 원작인 '조니 니모닉'도 이 앤솔로지에 수록돼 있다.

인간의 기계화와 기계의 인간화라는 양방향의 이야기를 등장시킨 '뉴로맨서'는 저급한 펑크문학이자 뉴웨이브의 실험정신을 구현하고 있는 뛰어난 작품이라는 등의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으나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에 동반한 윤리적 문제와 다국적 기업이 지배하는 재앙적 미래세계를 다룬 문제작임에는 틀림없다.

덧붙여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고도화한 첨단정보네트워크시대를 그린 이 작품이 지독한 '컴맹'인 윌리엄 깁슨이 타자기를 사용하여 썼다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