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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희롱 사이 '아슬한 입담' 디스코팡팡 위험수위

공승배 공승배 기자 발행일 2018-06-06 제9면

월미도팡팡
'통통 튀는 언행'-놀이기구 아찔 DJ의 재치있는 입담이 더해져 이용객이 늘고 있는 인천시내 한 유원지에 있는 디스코 팡팡 놀이기구를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성적 농담·외모 비하 등 DJ 관행
미투운동 번지며 언행 개선 지적
나이제한 없어 학생들 탈선 우려
"최근 추세맞춰 언어선택 조절을"
성희롱 처벌 개정안 국회 계류중

최근 '미투'운동이 사회 전체로 번지면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성적 발언 입담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놀이기구인 '디스코팡팡'이다.

이 놀이기구는 접시 형태의 판을 상하좌우로 돌리고 강약을 주고 흔들면 가장자리 의자에 둘러 앉은 이용객들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 보는 사람이나 타는 사람 모두 재미있어한다.

통통 튀는 놀이기구 재미에 DJ의 재치있는 입담이 더해져 이용객이 많다.

하지만 일부 DJ들이 여성들에게 성적인 농담을 웃음 소재로 활용하고 있어 성희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희롱 발언은 직장이나 조직 내에서 문제가 됐었지만, 최근 미투운동 등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이 바뀌면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에서도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인천 곳곳에서 운영되는 '디스코팡팡'에서는 여전히 DJ들의 성희롱 발언이 관행적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지난 2일 오후 7시께 '디스코팡팡'으로 유명한 A구의 한 놀이동산을 찾았다.

30대로 보이는 남성 DJ는 짧은 치마를 입고 탑승한 한 20대 여성에게 "치마 덮을 것도 없이 타면 나야 고맙지", "대부분 남자가 내 편"이라고 말하며 성적 농담을 이어갔다.

이어 한 10대 여성에게는 "요즘 애들답지 않게 구수하게 생겼다", "못생긴 여자가 다리 꼬다 걸리면 죽어"라고 말하는 등 외모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외에도 "짧은 핫팬츠를 입어도 안 섹시할 수가 있구나" 등 수위 높은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 모습은 기계 앞에 모인 100여 명의 시민이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모(25)씨는 "내가 여자라면 기분이 나쁠 만한 발언이 있었다"며 "아이들도 지켜보고 있는데, 언어 선택에 수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놀이기구는 나이 제한이 없어 중·고등학생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탈선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B구에서 운영 중인 디스코팡팡 DJ가 여중생들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신체 등의 외모를 지적하는 발언은 분명한 성희롱"이라며 "아이들이 성적 농담을 반복적으로 들으면 결국에는 이에 무덤덤해져 아무렇지 않게 여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언어적 성희롱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만큼 DJ들의 언행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이들의 성적 농담은 상대방이 수치심을 느낄 만한 공격으로 볼 수 있다"며 "예전에는 관행으로 여겨졌지만, 시선까지도 성희롱으로 보는 최근 추세에 맞춰 언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평화당 천정배(광주 서구을) 의원은 지난 3월 직장 내 성희롱만 처벌할 수 있는 현행법을 개정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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