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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빌라 스와핑'을 아시나요?

이상훈 이상훈 발행일 2020-07-02 제19면

디지털미디어센터 이상훈 (Lee Sang Hoon)00
이상훈 디지털미디어센터 기자
요즘 거리를 지나다 보면 입주금 '0'이라고 적힌 신축 빌라 분양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무주택자는 돈 한 푼 없이 100% 대출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매번 아파트 청약에 실패한 이들이 보면 솔깃할 만한 정보다.

방법은 다양했다. '업계약'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100% 입주금을 맞추거나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전세대출)을 동시에 진행하는 편법이 동원된다. 업계약이나 신용대출을 받는 수법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주택 매수자가 주담대뿐 아니라 전세대출까지 받을 수 있다는 건 전혀 모르던 내용이었다.

방법은 이랬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각자 매수할 집을 담보로 주담대를 받고, 서로의 집에 교차로 전세 계약을 맺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는 것이다. 사는 곳은 자기 명의의 빌라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와 분양 대행사 및 건축주, 법무사, 은행 직원까지 동원된다는 것이다. 필요한 서류는 공인중개사와 분양대행사 또는 건축주, 법무사가 작성한다. 그리고 공인중개사와 법무사가 잘 아는 은행 지점에서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진행한다. 전문가들이 작성한 서류인 데다가 은행 직원까지 알면서도 승인하다 보니 대출은 어렵지 않게 완료된다.



서류상에 문제가 없다 보니 단속도 어렵다. 게다가 100% 대출을 받기 위해선 위장전입을 해야 하는 위험부담도 따른다. 이른바 '빌라 스와핑'의 실체다. 지금도 수도권 일대 규제가 덜한 지역에선 무입주금 신축 빌라 분양이 성행하고 있다. 당연히 모든 신축 빌라가 이런 식으로 분양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는 속담이 있다. 투기 심리를 악용하는 일부 몰지각한 이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필요할 때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센터 기자 sh2018@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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