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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 첫날, 의료 현장 곳곳 환자 불편 겪어

이여진·신현정 이여진·신현정 기자 입력 2020-08-26 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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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화성의 한 병원에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으로 휴진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가 26일부터 사흘간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으로 집단휴진(파업)에 들어가면서 의료 현장 곳곳에서 '진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파업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환자는 물론, 암 수술 일정이 미뤄지는 환자까지 나타났다.

■대학병원 응급실, 진료 공백 현실화

26일 오전 11시께 아주대학교 병원 응급실 앞. 신생아를 안은 엄마와 할머니가 다급하게 선별진료소로 들어갔지만, 30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신생아 보호자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력이 부족해 진료가 어렵다고 했다"며 "인근 다른 병원으로 가려고 한다"고 다급하게 말했다.

7세 아이와 함께 아주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B씨는 파업으로 3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B씨는 "일주일 전 교통사고로 아이 오른발이 부러졌는데 성장판 근처여서 다시 한 번 진료를 받으라고 의사가 권유했다"며 "일주일 후로 예약하려 하자 의료 파업으로 3~4시간 기다릴 수도 있다고 했다. 아이 성장판이 다쳐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파업으로 지연된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아주대 측은 "전공의는 선별진료소에 없고, 교수가 진료를 보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아주대병원에서는 전공의 247명 전원이 파업에 동참했다. 필수 유지 업무 담당 전임의도 파업에 참여했는데 현재 교수가 대체 근무를 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분당 서울대병원에서는 전임의 537명 중 120여명이 파업에 들어갔다.

초기에 암을 발견했지만 의료 파업으로 수술일정이 지연된 환자도 있었다.

C씨는 지난 7월 말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부인과 암 판정을 받고, 지난 21일 수술 예정이었지만 3주 뒤로 밀렸다. 급하게 다른 대학병원에서 다음 달 1일로 수술 일정을 잡았지만, 이날 15일로 연기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C씨는 "초기 암 판정에 병원에서 수술을 빨리 받으라고 했지만, 의료파업으로 수술일에 수술이 불가능해졌다"며 "초기 암 발견이라 다행이라고 했던 의사의 말이 참으로 무색하다. 현재 받아놓은 수술일도 의료파업으로 연기될지 모른다고 하니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암으로 촌각을 다투는 환자와 그 환자의 가족들에게는 시간이 곧 생명"이라며 "이렇게 중증환자 수술과 응급환자를 방치해야만 하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환자 피해가 의료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총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은 "중증 환자들의 수술 연기를 중단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의협의 총파업 철회와 의사들의 치료현장 복귀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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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아주대학교 병원 외래 선별진료소 앞에 환자들이 서 있었다./이여진 기자 aftershock@kyeongin.com

■전국 동네의원 6.4% 파업 동참…정부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번 총파업에는 동네의원도 참여하고 있는데,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휴진율은 6.4%(25일 낮 12시 기준)으로 나타났다. 27일에는 1천905곳(5.8%), 28일에는 1천508곳(4.6%)이 각각 사전 휴진 신고를 했다.

이날 오전에 찾은 화성시 반송동에 있는 한 정형외과의원 앞에는 이날부터 28일까지 총파업에 동참해 휴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있는 정신과의원 유리문에도 28일 금요일 집단휴진에 동참한다는 공지가 붙었다.

진료 공백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자 정부는 이날 오전 무기한 집단휴진에 나선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95곳에 소속된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전임의가 대상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마지막 순간 의사협회와 합의를 이뤄 쟁점 정책 추진과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동의한 적도 있었으나, 전공의협의회의 투쟁 결정에 따라 입장을 번복한 점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전했다.

의협은 이날 오전 온라인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8일까지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여진·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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