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총파업 3일째… 정부-의료계 갈등 갈수록 격화,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시민 몫

신현정·이여진 신현정·이여진 기자 입력 2020-08-28 18:20:38

81.jpg
28일 오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전공의 등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 26일부터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는 총파업 마지막 날까지도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총파업 3일째, 시민·환자들 불만 목소리

총파업 마지막 날인 28일 수도권 내 종합병원에서는 환자와 시민들이 불편을 토로했고, 파업에 동참한 의사들은 의사 파업을 설명하는 종이를 환자들에게 나눠주면서 파업에 나선 이유를 알아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께 수원 아주대학교 병원 앞. 피켓을 든 의사 6명을 바라보던 여성이 큰 목소리로 파업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어떻게 의사들이 이러고 있을 수 있느냐면서 10분 넘게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병원에서 암 치료 후 정기검진을 받고 있는 A(42)씨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분들이 이렇게까지 나와서 파업을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수술을 연기하는 환자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암 치료를 받았던 환자 입장에서도, 국민 입장에서도 이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들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전문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인데 이런 행동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사람 생명보다 귀중한 것이 없는데 각자의 의견 충돌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시민 한 사람으로서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A씨 뿐만 아니라 상당수 시민이 코로나19 상황에 무기한 파업으로 대응하는 의료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치료를 받고 귀가하던 B(70)씨는 "파업을 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코로나19가 심각한 때 잠깐 멈췄다가 다시 논의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2동 앞에서도 전공의 4명이 건물 외벽을 등지고 늘어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었다. 1동 출입구 앞에서도 전문의 2명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이날 아주대병원에서는 전공의 247명 전원이 집단 휴진에 동참했다. 분당 서울대병원에서는 전임의 163명 전원과 전공의 261명 중 일부가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지난 2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으며, 전날(27일) 전공의 휴진율은 68.8%에 달했다.

또 전날 기준 전체 전공의 중 76%가 사직 의사를 표시했는데, 아주대병원에서도 전공의 7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 서울대병원에서도 전임의 대부분이 전날 사직서를 작성했는데 아직 병원에 접수되지는 않았다.

의사들도 현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집단 휴진에 대한 생각은 굽히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한 종합병원 전공의는 "정부는 1년 넘게 의협 등과 협의도 없이 정책을 추진해왔고 통과를 앞둔 상황에서 의사들에게 통보했다"면서 "현 상황에서 의사들이 파업을 한 이유나 정부가 의료계와 소통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9.jpg
28일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2동 앞에서 피켓 시위에 나선 전공의들. /이여진 기자 aftershock@kyeongin.com

■전공의·전임의 이어 교수까지 집단 휴진 합류

분당 서울대병원에서는 전공의·전임의에 이어 교수의 파업 합류도 예고됐다.

해당 병원 소속 전임의 C씨는 "오늘부터 주말까지 진행되는 교수회의에서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의 파업 합류 여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집단 휴진에 들어간 전공의·전문의 대체 인력으로 투입되던 교수까지 파업에 합류할 경우 의료 공백에 대해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들도 국시 거부·동맹 휴학으로 의료 파업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은 다음 달 1일 예정된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이하 국시) 실기시험 응시 취소와 동맹휴학 방침을 지난 16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2시까지 국시 접수자 3천172명의 89.3%(2천831명)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응시 취소 및 환불 신청서를 제출했다.

아주대에선 이날 오후 1시까지 의대생 240여 명 중 70%가 휴학계를 제출했다.

아주대 재학생인 조승현 의대협 회장은 "지난 27일까지 전국에서 의대생 1만4천여 명이 동맹 휴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일부 의료진 "소수 목소리도 들어야…"

갈등이 격화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공의들이 공동 운영하는 페이스북 '어느 전공의' 계정은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현 (전대협) 집행부의 파업 방향에 다소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전공의 내 작은 의견들도 충분히 개진되고 토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의대 재학 중인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들'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 또한 지난 17일 "동맹 휴학과 국시 보이콧이 강하게 추진되며 소수의 목소리가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6일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하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데 이어 이날 오전 업무개시명령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복지부는 이틀간의 수도권 수련병원 현장조사를 통해 전공의 360여명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고, 이중 10명을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아주대병원에서도 소속 전공의 일부가 업무에 미복귀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이날 고발 대상에 포함되진 않았다.

아주대 관계자는 "별도의 대응 방침은 없으며 고발은 개인적인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의협은 무기한 총파업 돌입 등의 강경 대응을 예고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신현정·이여진기자 god@kyeongin.com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