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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합시다-외국인 보호시설]한국 떠날수 없어 '철창속 생활'…인권까지 박탈해도 될까요

공지영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21-04-12 제14면

외국인 보호시설의 실태를 담은 경인일보 기획시리즈 '외국인이 말하는 보호소의 삶'. /경인일보DB

불법체류 본국 돌아가기전 머물러
난민 신청땐 1년 이상 수용되기도
교도소처럼 '보호복' 공간도 협소
돈 내고 일시해제 '영리활동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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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다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권과 비자의 소중함을 알 것입니다. 여권과 비자가 있어야 방문한 나라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인데, 만약 여권과 비자가 없다면 '불법체류', 불안정한 신분이 돼 버립니다.

우리나라에는 체류허가기간이 만료돼 더 이상 한국에 있을 수 없는 이른바 '미등록 외국인'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머무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외국인 보호시설'입니다. 허가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한국땅을 떠나야 하지만 바로 떠날 수 없는 사정의 외국인들이 잠시 출입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머무는 곳인데, 말이 보호시설이지 '구금시설'과 같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특히 이들 중에는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난민 인정을 신청한 외국인들도 많아 인권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습니다.

경인일보가 4월5일부터 4일간 사회면에 이 같은 실태를 담은 기획시리즈 '외국인이 말하는 보호소의 삶'을 실었습니다.

기사에 담긴 보호소의 실태는 교도소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교도소 수용자처럼 보호복을 입고 생활하며 33㎡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많게는 십수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매일 20~30분가량만 야외 운동이 가능하고 나머지 시간은 철창으로 차단된 보호실 안에만 있어야 합니다.

이곳에 머물렀던 외국인은 인터뷰를 통해 "18명이 일자로 누워서 자는데 공간이 없어 옆으로 돌아누우면 바로 옆 사람이 닿았다"고 말했습니다.

닭장처럼 밀집돼 생활하지만 이들을 돌보는 의료인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너무 아파 외부진료를 나가려면 보호복을 입고 수갑을 찬 채 직원 2명과 동행해야 하는데 그 모습은 마치 범죄를 저지른 죄수와 다를 바 없습니다.

또 보호기간의 상한선도 없어 본국으로 정치적 박해, 전쟁 등의 이유로 돌아가지 못하고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이 1년 이상 보호소에 수용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19년 강제퇴거 전망 없는 보호외국인에 구금 대안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옥같은 보호소 생활에서 벗어나는 '보호 일시해제'가 돼도 이들의 불안한 삶은 나아지질 않습니다. 보호 일시해제가 되려면 2천만원 이하의 보증금을 예치하면 되는데, 이렇게 나온다 한들 영리활동 등이 일체 제한돼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보호 임시해제로 보호소를 나온 한 외국인은 "간단한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어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생활용품을 받고 있다. 병원은 무료진료를 해주는 병원만 찾아다니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코로나19가 낳은 가장 큰 부작용은 '차별'입니다. 요즘 뉴스를 통해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 등 동양인들이 각종 혐오범죄에 노출되는 일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옳지 못하다며 비난하는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가요.

어쩔 수 없이 본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에 남은 이들에게 우리는 그들이 한국에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모두 함께 토론해봅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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