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아름다운 국악 관악기 선율 전세계로… 대나무 악기 제작 명인 '김웅'

이석철 이석철 기자 입력 2021-07-22 17:58:27

30대 후반 우연히 대금 소리에 매료되어 독학으로 연주·제작
10여개 나라에 제작해 보내… 다른나라 악기 국내에 맞게 개량도
'한국의 소리를 세계로' 슬로건으로 2300여개 악기 제작 보급
서양음계를 우리 국악기에 접목,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악기로

2021072201000913600043841.jpg
세계 여러 나라 악기들의 운지법을 통일하여 배우기 쉽게 개량하는 대나무 악기 제작의 명인 김웅씨가 대금을 연주하고 있다. /김웅씨 제공

우리나라 전통 국악 관악기 대금, 소금, 단소를 개량 제작, 보급에 나선 이가 있다. '산내들 공방'의 주인 김웅씨가 그다.

우리 국악 관악기를 개량 제작하는 김 웅(51·산내들 공방)씨는 '한국의 소리를 세계로'라는 슬로건으로 2008년부터 현재까지 2천300여개의 악기들을 직접 제작 보급하고 있으며 국악 전공자는 물론 취미 연주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제작하고 있는 악기들이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원래 국악기인 대금은 전공을 하지 않고는 취미로 즐기기에 쉽지 않은 악기다. 그러나 그가 제작하는 대금은 일반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서양음계 음정으로 제작하였기에 가요나 팝을 연주할 수 있는 실용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2021072201000913600043843.jpg
김웅씨가 개량제작한 대금.

그는 우리의 대표적인 국악 관악기인 대금, 소금, 퉁소, 단소 외에도 세계 여러 나라의 대나무 악기들을 연구하고 개량·제작하여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10여개 나라에 우리 국악기 대금 등을 제작하여 보내고 있으며, 직접 가지고 가서 대금의 아름다운 음색을 여러 나라에 전하기도 한다. 또한 다른 나라의 대나무 악기들을 개량하여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음색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 악기들의 운지법을 통일하여 배우기 쉽게 개량하는 대나무 악기 제작의 명인이다.

2021072201000913600043844.jpg
김웅씨가 개량 제작한 대금.

그는 원래 국악 전공자는 아니었다. 30대 후반까지만 해도 대기업 건설사 현장 소장으로 근무했다. 우리나라의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현장에서 일했을 만큼 인정받는 건설인이었다.

그런 그가 30대 후반 우연히 대금 소리에 매료되어 대금과의 사랑에 빠지게 됐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독학으로 대금 연주와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비전공자인 그에게 대금의 장벽은 높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비싸고 배우기도 어려운 대금을 일반인들이 쉽게 연주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연구에 몰입한 끝에 최초로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연주할 수 있는 개량대금의 제작에 성공하게 되었다.

생활고와 힘든 작업, 그리고 국악 비전공자라는 편견에 여러 번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은 시간도 있었지만 굴하지 않는 의지로 현재 대금 제작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2021072201000913600043842.jpg
산내들 공방의 김웅씨가 대금을 연주하고 있다. /김웅씨 제공

그는 마흔 일곱이라는 늦은 나이에 17학번으로 다시 대학에 입학, 대금을 전공했을 만큼 지독한 노력파이기도 하다. 대금 공방을 운영하면서 대학에서 대금을 전공하고, 대금과 오카리나 인터넷 동호회를 만들어 1만5천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카페의 관리자이기도 하다. 직접 제작한 악기를 사극이나 영화에 협찬하고 틈틈이 재능기부를 통해 악기 후원과 공연 자원봉사자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산내들 공방에 가면 그가 제작한 다양한 악기들을 직접 보고 연주해볼 수 있으며 가지고 있는 대금의 수리도 가능하다. 그가 제작한 2천300여개의 악기는 모두 산내들 공방 블로그에 업로드되어 있으며 악기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상세한 설명과 함께 고유의 일련번호를 붙여 유저들의 악기관리까지 사후 관리도 철저하다.

건설인이었던 경험을 살려 직접 악기박물관과 공연장을 짓는 것이 꿈인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우리 악기 대금을 제작하고 세계화해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안양/이석철기자 lsc@kyeongin.com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